혁신도시와 관련한 정책 혼선이 또 한차례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는 혁신도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더니 이틀이 지난 어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변신술을 재연했다. 먼저 조찬회에 참석한 정종복 국토해양부장관이 계속 진행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한구 집권당 정책위 의장은 시행하되 보완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실제 부산시는 그동안 미뤄왔던 동삼지구 혁신도시 기공식을 16일 올렸다.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거역한 것이며 지방이 갖는 혁신도시에 대한 여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반발 심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소속 거의 모든 광역단체장과 혁신도시 당해 지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거기다 시민단체도 모두 반기를 들었다. 자칫하면 국민적 저항으로 승압될 기류마저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나온 당정의 한발 물러섬이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까닭이 없다. 대운하처럼 진실을 감추고 기회를 엿보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정책위 의장의 언질에서도 그 맥락이 발견된다. 그는 공기업 유치는 해당 도시가 맡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잘 안될 경우 유인대책을 세우거나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처음부터 지방이전을 기피해온 공기업에 수도권 주저앉기의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 말대로라면 정책보완은 허구일 뿐 원점회귀로 가는 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한발 후퇴는 따라서 일단 지방여론을 수습하는데 시간을 벌고 그다음 밀어붙이겠다는 복선을 까는 듯하다. 물론 그 기조에는 지정된 혁신도시를 산업화 등의 타 용도로 활용하자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탄력을 받는 추세에 비추어 혁신도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균형발전 정책을 자물쇠 채워 버린 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팽배한 지방의 불만을 치유는 못 해줄망정 왜 눈물을 짜내려 하는가. 한번 결정된 정책은 정부의 것도, 집권당의 것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임을 통찰해야 제대로 민심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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