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혁신도시건설 착공식 오색축하 발파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주요 성과중 하나인 혁신도시 흔들기에 나서면서 이곳저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어려운 여건에도 혁신도시 사업에 선뜻 손을 내밀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지역을 우습게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혁신도시 사업의 부가가치 증가효과가 크게 부풀려졌다는 감사원 실무 관계자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감사원 전략감사본부는 혁신도시 사업 감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국토연구원이 1조3000억원 수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부가가치 증가 효과를 4조원대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달 13일 청와대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혁신도시 재원마련과 기업유치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산업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며 재검토 의사를 분명히 했다.

보고서에서 국토부는 “혁신도시 조성원가가 인근 산업단지 분양가보다 2~6배 높아 기업유치가 곤란하다. 높은 토지보상비와 기반시설비용 때문에 분양가가 높아져 미분양이 우려된다”고 했다.

혁신도시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토지공사는 곧바로 경북과 대구 혁신도시 택지 공급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6월 공급 예정인 전남.광주 혁신도시나 강원 혁신도시 택지 공급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혁신도시 흔들기를 정부가 주도하고 국토부가 응한 결과 전국 10곳의 혁신도시 예정지역에서는 ‘민란’ 수준의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각 지자체 별로 대책회의를 여는 등 정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장관 “실효성 높이겠다” 설득..지자체 “논의 중단하라” 맹공

지난 17일에는 부담을 느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혁신도시를 전면 백지화하는 방향의 재검토가 아니라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재검토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18일 제1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혁신도시 재검토 논란과 관련 “혁신도시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정부가 지역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원칙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18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 중장기적으로 과밀억제와 성장관리, 자연보전권역의 3대 권역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현재의 각종 논의를 전면 중단하라”며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에 대한 강한 실천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장 자격으로 18일 과천 정부청사 국토해양부 기자실을 방문해 “정부가 바뀌었다고 판을 다시 짠다는 것은 지자체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재검토) 계획대로 간다면 (당초 계획이) 관철되도록 지자체와 시.도 모두 들고 일어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혁신도시 인근에 아파트를 공급한 건설사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혁신도시 수혜를 예상해 사업을 벌였는데, 정부의 재검토 방침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울산지역에 아파트를 분양한 모 건설사 관계자는 “혁신도시가 재검토 될 경우 최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 전체가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18일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외국 교육기관과 특목고,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산업단지 용지 절반을 저리로 임대형식을 빌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 내놓은 ‘5+2 광역경제권’ 거점지역으로 혁신도시를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틀은 그대로 두고 혁신도시의 핵심인 공공기관 이전을 끌어내려 광역경제권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 경우 혁신도시 축소 불가피

때문에 혁신도시가 조정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나 통폐합을 가시화 할 경우 일부 혁신도시는 공기업 이전이 사실상 어려워져 축소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자체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참여정부 정책을 이명박 정부에 끼워 맞추기 위한 조직적 흔들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거나 현 정부의 경제 공약에 끼워 넣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혁신도시에 대해 혼란을 부추기자 여당조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일방적 발표로 국민 불편 초래 심히 유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8일“당정 간 협의나 조율이 안 된 정책들이 일방적으로 잘못 알려져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일방적으로 정부는 발표하고 우리는 뒤치다꺼리를 하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8일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에 대해 “국민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지방의 불안을 가져오는 우왕좌왕 정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혁신도시는 2003년 6월12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구 구상'에서 공공기관 이전 방침이 확정되면서 가시화됐다.

현재 부산(12곳 이전), 대구(12곳), 울산(11곳), 광주.전남(18곳), 강원(13곳), 충북(12곳), 전북(13곳), 경북(13곳), 경남(12곳), 제주(9곳) 등 10개 지역의 혁신도시와 행정도시에 모두 175개의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순차 착공에 들어간 혁신도시는 2010년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이 우선 이전되며 2012년까지 나머지 기관도 이전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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