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계획 없이 원론적 입장 거듭…정부 눈치보기 비난

경남도가 최근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도가 이 문제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언론의 질타를 피하려고 내용 없는 브리핑 횟수만 늘려 문제에 대처하는 시늉만 하고 있어, 도가 '남가람도시'(경남 혁신도시)를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대책은 없고 '희망할 뿐' = 도 공공기관이전추진과는 21일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혁신도시 재검토 보도 관련 경남도 입장'을 브리핑했다.

그러나 이 브리핑은 프레스센터 앞자리에 도열해 진행하는 일반 기자회견과는 달리 소파에서 약식으로 이뤄졌다. 이미 지난 18일 프레스센터에 이날 발표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와 지자체 대책이 최대 관심사인 만큼 기자들이 "앞에 나가서 하라"고 주문했으나 김재기 도시교통국장은 "이미 보도자료도 나눠줬고 설명만 하면 된다"며 그대로 자리에 앉아 진행했다.

김 국장은 긴 현황 설명 끝에 도의 대책으로 △우수교육기관의 조기유치 △정주여건 개선으로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의 안정된 생활보장 방안 △민간기업 입주 위해 과감한 규제 해제 등을 들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브리핑을 듣고도 도의 대책이 무엇인지 얼른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사의 나열만 있을 뿐 동사도 없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대신 김 국장은 국가정책이 연속적으로 추진돼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참여하는 국정이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마무리 지었다. 요컨대 도는 정부의 선처만 '희망'할 뿐 구체적인 대책과 계획은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내용 없는 브리핑만 거듭 = 문제는 말잔치 수준의 이런 보도자료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서 도는 지난 16일 한 장짜리 보도자료를 내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다음날 언론이 경남을 전남과 강원 등과 비교하며 '대책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지적하자 18일 세 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세 장짜리 보도자료 또한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 애초 보도자료에서 살을 붙인 부분은 '혁신도시 재검토'라는 돌발 상황 전에도 자주 언급되던 내용에 불과했다. 다시 언론의 포화가 이어졌고 급기야 보도자료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약식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브리핑을 다시 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공공기관이전추진과는 "언론이 경남도가 '액션'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중앙정부 눈치를 봐가며 우선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도는 균형발전 의지 없나 = 돌이켜보면 도는 지난 2005년 10월 혁신도시 선정 과정부터 이른바 '준혁신도시'(공공기관 개별이전) 문제로 경남 전체를 흔드는 메가톤급 혼란을 일으켰다.

당시 김태호 도지사는 '지역의 특성과 이전 기관의 특수성'이라는 근거를 들어 마산을 준혁신도시로 선정했으나, 혁신도시의 첫 삽을 뜨기 전까지 그야말로 '된다 안된다'는 헛된 논쟁만으로 1년 넘게 보냈다.

와중에 2006년 5·31 지방선거까지 겹쳐 혁신도시 문제는 정책이 아닌 정치 쟁점으로 비화돼 준혁신도시 공방은 중앙과 지방, 지역 간 대결 등으로 번져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준혁신도시 논란으로 혁신도시 걸음마를 힘겹게 했던 도가 혁신도시에 대한 스스로의 명분과 추진 의지 없이 정부만 해바라기하고 있어 다시 도민을 혼란에 빠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요컨대 혁신도시는 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시혜적인 정책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당당한 논리를 갖고 있는데도 경남도는 정부의 눈치보기만 계속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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