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기가 싫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뉴스를 잘 안 본다. TV를 보다가도 뉴스 시간이 되면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꺼버린다. 기자가 뉴스를 안 본다는 건 볼 장 다 본거나 다름없다. 늘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흐름을 짚어나가는 게 기자의 일인데 그걸 외면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니면 말고식 짜증 뉴스 반복

나도 종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밤 9시가 되면 두 채널을 돌려가며 봤다. 중앙뉴스에서 시작해 지역, 스포츠 소식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어쩌다 놓치는 날에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작년 대선 때부터였다. 뉴스를 보면 슬슬 짜증이 나는 거다. 이건 아니다 싶은 뉴스가 너무 많고, 반복적으로 보도돼서다. 사실 나도 기자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이다. 계속해서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불쾌한 마음이 생긴다.

뉴스에 싫증을 느낀 결정적 계기는 대운하 공약이었다. 알다시피 그 공약 때문에 얼마나 큰 파문이 일었나. 나도 공약이 나온 뒤 많은 자료를 뒤져봤다. 수 양제가 황허와 양쯔강을 잇는 대운하를 건설한 뒤 나라가 망한 사실, 마인·도나우강 운하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운하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는 사실, 미국의 여러 운하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 등 세계 각국의 운하가 운송수단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경제성과 환경파괴 같은 부정적 요인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기에 내 상식을 더해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끄떡하지 않았다. 청계천의 환희(?)를 재연하려는 듯 밀어붙였다. 민주화 운동 못지않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총선 때는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물밑 작업까지 거두진 않았다. 몰래 진행하다 들통까지 났다.

이에 시민단체·교수·학생·지식인,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걱정하는 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무기한 보류한다는 청와대 발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주무 장관은 그런일은 없었다고 했다. 기어이 강행하겠다는 거다. 대선 직후에는 영어몰입교육 때문에 나라가 흔들렸다. 논의도 없고 검증도 되지 않은 이경숙 씨의 한마디에 온 국민이 혼란에 휩싸였다.

소용돌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교육 규제가 싹 풀려버렸다. 교육계가 뒤집어졌다. 다시 반대 여론에 일자 0교시와 우열반은 없었던 일로 가고 있다. 논란은 지난 총선 때 '제대로 써먹은' 뉴타운에다 혁신도시 재검토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소위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 무슨 소모전이고 국력 낭비인가. 교육 자율화 방침 이후 잠잠하나 싶더니 이번엔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다. 묘하게도 대통령의 방미 직전 협상이 시작되더니 미 당국자와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에 타결됐다. 한층 고조된 대통령은 이참에 FTA까지 결말을 보겠다는 심사다. 농가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외국산의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라 했다 한다. 병주고 약주고가 따로 없다.

이런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의 논리도 희한하다. 실용이고 한미동맹 강화다. 대운하도 실용이고 몰입교육도 실용이며 교육 자율화도 실용이다. 미국과의 관계 강화라면 쇠고기 아니라 더 한 것도 내 줄 태세다. 누구를 위한 동맹이고 누구를 위한 실용인가. 실용이고 동맹이면 학생·학부모의 고통과 석유자원보다 더할 농업의 황폐화와 국민의 건강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단 말인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이 강토가 실용이라는 한마디에 파이고 헤집어져도 괜찮단 말인가. 최근 이슈가 된 '강부자' 내각이니 '청기와 부동산 사무소'니 하는 말은 차라리 지엽적인 문제다.

속 끓이느니 안 보고 만다

하지만 교육·농업·환경은 어떤가. 전략·전술의 차원으로, 실용의 이름으로 풀어야 할 문젠가. 즉흥적으로 내뱉고 여론이 안 좋으면 거두는, 아니면 말고 식의 논젠가. 아니질 않은가. 교육·농업·환경은 나라 지탱하는 근간이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백년대계의 과업이다. 섣불리 고치고 바꿀 문제가 아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 모든 정책은 가진 자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서민이야 죽든 말든 재벌기업에, 기득권에 기회를 주면 그만이다. 그들에게 세금 거둬 분배한다는 얕은 논리를 내세우며. 결국 지난 대선 때 참여정부의 양극화 제공설로 큰 덕 본 현 정부야말로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원인 제공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 또 어떤 정책이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뉴스 보기가 싫다. 차라리 그게 속 편하다. 얼토당토 않은 뉴스 때문에 속끓이느니 안 보고 안 듣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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