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밀린 숙제' 입장 발표공무원 연수원 '민간위탁'…"운하·혁신도시 포기 못해"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유럽에서 돌아온 김태호 도지사(사진)가 입을 열었다. 스스로 '밀린 숙제'라 칭하며 혁신도시와 대운하 문제, 조직개편에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다. 혁신도시 건설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운하는 경남 단독으로도 추진할 것이며, 공무원교육원 등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부서는 손을 보겠다고 밝혔다.

◇'운하, 경남에서 꼭 하겠다' = 유럽의 여운이 남았는지 김 지사는 운하 이야기로 입을 뗐다. 가장 중점을 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운하'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유럽의 운하들을 둘러보고 온 결과, 김 지사는 '경남에서만큼은 운하 사업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조만간 운하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짜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경남발전연구원은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운하 사업을 하고 난 후 환경과 홍수 문제, 관광과 고용효과가 두드러지게 나아진 것을 보고 왔다"며 "일례로 오스트리아 도나휴는 매년 홍수 위험으로 큰 걱정을 샀던 곳인데, 운하를 정비한 후에는 10년 동안 홍수 피해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낙동강 치수사업을 위해 2016년까지 모두 16조 원을 들여 손을 볼 예정"이라며 "이미 결정된 치수계획에 관광과 레저 등을 추가해 운하 사업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답도 없는 대운하를 (경남에서) 시범으로 한다'고 비난하는데, 그렇게 (실험)할 도지사가 어디 있느냐"며 "적어도 '이게 답이구나' 확신을 갖고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는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와는 결부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경남 단독으로라도 운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이와는 청와대와 미리 조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운하와 신공항, 산업단지 등을 생각하니 김 지사는 "설렌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오는 30일 국토해양부를 방문할 계획이다.

◇"공무원 연수원이 골프 배우는 곳이냐" = 김 지사는 조직개편을 언급하면서 공무원교육원을 도마에 올렸다. 김 지사는 "공무원교육원이 골프 못 치는 사람 골프 실력 늘이는 곳이냐"며 "교육원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민간 위탁 등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교육원 과정 중 1년 연수를 받는 6급 공무원에게 취미소양 활동의 하나로 일주일에 두 번씩 골프를 치게 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들은 공무원교육원이 지정한 북면과 장유에 있는 골프연습장을 이용하게 되는데, 교육원은 일년에 48번, 두 곳 합쳐 2000여만 원을 주고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급으로 1년 연수를 받고 있는 공무원은 모두 60명이고, 이 중 45명이 2개조로 나눠 골프연습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원에 갔다오면 골프 안치던 사람도 골프 배워온다'며 '골프 연수'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김 지사는 "낭비요소가 있고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은 부서는 변화해야 한다. 공무원조직도 효율적이고 슬림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요약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인원 감축에 대해 "하루아침에 나가라 하지는 못한다"며 "100명 뽑을 거 50명 뽑고, 차츰 정년퇴직하면 5년, 10년 단위로 볼 때 분명 감축이 된다"고 했다.

지난해 "(무능 공무원은) 버스에서 내리게 해야 한다"며 부적격 공무원 퇴출을 주도하고 상시 제도화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발언이었다.

◇"혁신도시, 되게 돼 있다" = 혁신도시 문제에 관해서는 역시 의지를 표현하는 수준이었다. 김 지사는 "혁신도시는 '한다, 안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냐 하는 문제"라며 "꼭 되게 돼 있다. 현재로서는 후퇴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거나 통폐합할 때는 반드시 지방이전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다음달 2일 열리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시·도지사 회의에서 혁신도시와 관련해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내비쳤다. 또 그 전에 시·도지사 모임에서도 충분히 뜻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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