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산업단지' 지정이라도 돼야 …시 "요구 알지만 해결 어려워"

마산 봉암공단 거리가 화사해졌다. 봄꽃이 피어서가 아니다. (주)무학이 만든 문화의 거리 덕분이다. 이는 무학 본사와 공장 사이 벽에 미술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만든 것이다.

7일 오후 3시에 제막식이 열렸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서양화가 박두리 씨가 그린 '대지의 꿈-사계'를 주제로 한 연작 40여 점. 이는 박 씨 개인전이기도 하다.

최재호 무학 회장은 "자칫 삭막하고 기계적일 것 같이 느낄 수 있는 공장이라는 공간에 예술성, 기능성, 공공성의 조화를 모색"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리고 봉암공단 전체가 문화의 거리가 되는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거창한 말이지만, 사실 봉암공단이 삭막하긴 하다.

마침 이날 아침 봉암공단협의회에서 봄맞이 대청소를 했다. 봉암공단협의회는 봉암공단 기업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다. 거리에 큰 쓰레기는 없었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구석구석 오랜 기간 쌓인 쓰레기도 보인다. 또 문화의 거리에서 눈을 돌리면 풍경은 여전히 삭막하다.

7일 오후 3시 마산 봉암공단에서 열린 무학 문화의 거리 제막식. 참석자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균석 기자
봉암공단을 정비하자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봉암공단협의회 회원사만 600여 개. 무학이나 성동조선 마산조선소 정도를 빼고는 좁은 지역에 오밀조밀하게 소규모 업체가 밀집했다. 그러다 보니 환경 정비는 생각도 못한다.

사실 봉암공단은 정확하게 말해 '공단'이 아니다. 그냥 일반공업지역이다. 바로 옆 마산자유무역지역은 계획적으로 환경 정비 용역을 맡기고 있다. 곧 완공될 진북산업단지도 마산시가 정기적으로 정비 계획을 짤 예정이다. 그런데 봉암공단은 그런 게 없다.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건 일반 주택가와 다름없다. 그래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계절마다 대청소를 하고 있다.

여기에 도로, 상하수도, 편의시설도 열악하다. 그래서 봉암공단 기업들은 꾸준히 '준산업단지'라도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다. 중리공단과 함께 법·제도적 지원에 한계가 있어 입주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마산시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마산시 관계자는 "산단 지정은 중앙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현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로서도 당장 해결하기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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