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정책 많이 펴내…기득권지킨다는 매도에 실망"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공식 사퇴했다.

7·4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당선된 지 불과 5개월여인 159일만이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이상 당내 계파 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며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용서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사퇴하고자 했다"며 "그런 뜻이 기득권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더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홍 대표는 "돌발적인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있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후에는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이 생기는 등 당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악재가 연달아 있었다"며 "이 모두가 내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서민 대표로서, 서민의 애환을 살피고 반값아파트 정책 등 획기적인 개혁정책을 내놨다"며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혁신에 성공한 현재의 당원을 만들며 개혁에 앞장서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며 "힘을 합쳐야 총·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여러분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하고 사퇴하는 것을 너그럽게 봐달라"며 "평당원으로 돌아가 한나라당과 대한민국 발전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사퇴의 변을 밝힌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없이 5분간에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이 "사퇴 결정의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사무처 실·국장 등 직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인사를 나눈 다음 오후 5시30분께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자신과 가까운 의원 10여명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직 사퇴배경과 관련, "홍 대표가 예전에 박근혜 전 대표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대권주자가 당 대표를 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바꾸고 나가겠다고 했다"며 "박 전 대표가 아무런 말이 없으니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람이 불어야 나뭇잎이 흔들리는지 아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홍 대표가 임명한 김정권 사무총장은 당내 지도부 공백 사태에 대처하고, 긴급한 당무를 처리하기 위해 한 동안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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