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랑카드' 악용한 도내 29곳, 1290여만 원 부당 착복…경찰 수사확대 전망

지난해 3월부터 다문화가정 영유아는 재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정부가 보육료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이 점을 악용해 다문화가정 이용 자녀가 장기간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출석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보육료 지원금 1290만 8000원을 부당 착복한 도내 어린이집 29곳이 적발돼 시설장 2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는 25일 지난해 3월 1일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정부로부터 보육료 지원을 받는 다문화 가정을 상대로 보육료를 허위 청구한 어린이집 시설장 29명을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아이사랑카드는 정부지원 보육료 결제 전용카드로, 원칙적으로 부모가 이 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어린이집으로 입금된다. 경찰이 이번에 밝혀낸 부당 청구 규모는 도내 어린이집 29곳, 영유아 34명 51건이었다. 경찰은 사법처리와 별도로 행정처분을 하도록 경남도에 적발된 어린이집을 일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부당 청구 유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사천시의 한 어린이집은 지난해 3∼4월까지 캄보디아 어머니(33)와 5세 남자아이가 함께 한 달간 캄보디아로 가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 보육료 28만 6000원을 부당 청구했다. 어린이집이 처음부터 아이사랑카드를 맡고 있다가 부당하게 결제한 사례다.

만 1세가 채 안 된 아이와 몽골인 어머니(25)는 지난해 8월 8일 중국으로 출국해, 10월 7일까지 국외에서 머물렀다. 창원시 한 어린이집은 국외 출국 전 출국 기간에 결제하지 않으면 퇴소하고, 재입소도 안 된다며 부모가 보관하던 아이사랑카드를 받아 국외 체류 기간에 한 달 보육료 39만 4000원을 임의로 결제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정 부모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예외급여신청제도'를 악용해 허위 청구한 경우다. 보육료 예외급여신청제도는 해당 어린이집에 등록한 영유아 부모가 2개월 이상 고의로 결제를 미루거나 이사 등으로 부모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통합보육시스템인 '아이사랑포털'을 통해 해당 영유아 보육료를 어린이집에서 신청해 수령할 수 있는 제도이다. 창원시 의창구 한 어린이집은 이 구제 제도를 악용해 보육료를 허위 청구했었다. 중국인 여성(27)이 태어난 지 1년이 안 된 아이와 친정 방문차 지난해 6월 10일에 출국해 8월 말께 입국했다. 이 기간에 자신도 모르게 두 달치 보육료인 78만 8000원을 어린이집에서 청구했었다고 한다.

경남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의 엄마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언어 소통이 안 되고, 국내 실정을 잘 모르다 보니 어린이집이 이를 악용해 이처럼 부당 청구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경찰청 외사과는 다문화가정 보육료 부당 청구·착복 수사는 전국에서 처음인 만큼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본청(경찰청)에 수사 확대를 건의했다. 경찰청은 경남 사례를 검토한 뒤 전국적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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