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리 작가 '숲의 비의'전 27일까지 서울인사아트센터 "보이지 않는 세계에 초점"

아주 진득한 냄새가 작품에서 배어 나온다. 냄새를 좇아 들어가니 나무들이 빼곡히 병풍처럼 둘렸다. 나무를 헤치니 패랭이꽃이, 또 나무를 헤치니 뿔풍뎅이가, 또 나무를 헤치니 따오기가 보인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겹겹이 쌓이니 박두리 작가의 '숲의 비의(秘意)'가 됐다. 박 작가가 27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숲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펼친다. 40여 작품이다.

박두리 작가는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캔버스에 아크릴을 여러 번 칠한다. 작품을 멀리서 봤을 때, 겹친 색 사이로 꿈틀거리는 공기의 흐름이 느껴질 만큼 깊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가까이서 봤을 때 생각만큼 화면이 두툼하고 두껍지는 않다. 물리적인 것보다는 시각적인 깊이와 무게감이 크다.

박두리 작 '숲의 비의'.

박 작가는 "작품에 숲·대지·공기 등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담는다. 특히 갈등과 균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초점을 맞췄고 될 수 있으면 화면 깊숙이 들어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한정된 크기의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그것을 뛰어넘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다.

작품을 보며 관람객은 곱씹고 싶은 세상사의 비의(秘意)나, 경탄할 만한 인생사, 지나가버린 청춘, 숲속에 사는 생명체 등에 담긴 이야기를 건져내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박 작가는 소설로 치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작업을 하고 구상과 비구상을 적절히 섞는다. 어쩌면 아주 일상적인 공간인 '숲'이지만 이를 통해 관람객의 기억과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픈 박 작가의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다.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문의 02-736-1020.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