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위치 놓고 거세지는 압박…KBO 창원시에 경고, 반대여론 확산

"창원시가 최적의 입지를 선택할 테니 걱정마라."

신규 야구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창원시가 여러 차례 한 말이다. 이런저런 우려가 제기돼도 창원시는 "최종 용역보고에서 나온 3곳의 후보지를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시를 믿고 기다려 달라"며 자신 있는 표정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시는 오늘(28일) 신규 야구장 부지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문제를 청사 입지선정 모임에서 함께 논의키로 해 발표가 연기됐다.

신규 야구장 부지로 유력한 진해지역에 대한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고, 한국야구위원회(KBO)까지 나서 '연고지 박탈'이라는 돌직구를 던진 상황에서 창원시가 입장을 선회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창원시는 이번 주 중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 상자가 열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때에 따라선 거대한 파열음도 예고된다.

◇진해 육대부지, 야구장 입지로는 최악 = NC는 시민들의 접근성과 편의성, 구단수익 창출의 효과가 미흡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진해지역을 난감해 하고 있다.

지리적·경제적 여건만 문제가 아니다. 창원시가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 중인 진해 육군대학 부지는 KBO와 약속한 2016년 3월까지 신규 야구장 건립 공기(工期)를 맞추기 어렵다는 물리적 한계까지 안고 있다.

진해 육군대학 부지의 소유권은 2014년 말이 돼서야 창원시에 넘어온다. 나아가 그린벨트 해제와 인·허가, 실시설계 등을 고려하면 2018년 3월에야 완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12년 1월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결정적 배경 역시 바로 이 공기 문제였다.

당시 창원시의 의뢰를 받아 신규 야구장 위치선정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한 부산동명대 전용배 교수는 〈경남도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진해 육대부지는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신축 구장 부지로 부적합하다고 보고했다. 시기도 맞추기 어려울뿐더러 접근성에서 최악의 조건"이라며 "야구는 일상화된 스포츠이기 때문에 평일 퇴근 이후 관람객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종보고회 당시 진해 육대부지는 174점을 받아 24개 후보지 가운데 11위에 그쳤다. 1위는 총점 268점을 받은 창원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이었고, 마산종합운동장이 262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KBO, 연고지 이전 카드로 창원시 압박 = 신규 야구장 논란이 커지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 창원시에 공문을 보내 새 야구장 건립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지 않으면 연고지 변경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BO는 이날 창원시에 새 야구장 건립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부지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 배경과 관련해 공식 답변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KBO는 공문에서 △'창원 야구장 신규 건립에 대한 위치선정 타당성 조사용역' 보고서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 △최종 선정 예정인 부지의 선정 이유 △명확한 건립 일정과 약속 이행을 보증할 문서 제출 등을 시에 요구했다.

KBO는 또 부지 선정 발표 이전에 시의 공식 입장을 KBO에 먼저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KBO는 창원시가 애초 약속했던 야구장 건립 약속이행이 불가능하거나, 중요한 요소인 관중 접근성과 경제성을 배제한 채 부지를 선정해 프로야구 전체의 이익과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NC 구단의 연고지 이전 등 제재를 취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창원시, 고심 끝에 악수 두나 = 창원시는 '신규건립 용역 최종보고서'를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조영일 체육진흥과장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최종 보고서는 지난 2012년 초에 나온 것이다.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1, 2 순위로 거론된 창원과 마산 지역 후보지도 모두 단점이 있어 장점을 부각하기보다는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적의 입지를 꼽으려 한다"고 말했다.

만일 시가 진해를 최종 부지로 밀어붙일 경우, 전체 순위에서 11위에 그친 이 지역의 적합성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진해 육대부지도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에 맞고, 부산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점, 부지가 넓어 야구장 설계가 쉽다는 점 등 장점이 없지 않으나 단점을 극복할 논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는 청사 입지선정 모임에서 이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겠다고 하면서도, 이번 주 내로 신규 야구장 입지를 발표할 계획을 밝히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는 또 지난 24일 NC 대주주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구단주를 만나 그간 경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은 분명 창원시에 불리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KBO는 야구규약 제3조 1항에 따라 관리통할권을 발동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고, 서포터스를 비롯한 야구팬도 진해 야구장 선정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NC 역시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공공연히 흘리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신규 야구장 입지는 또 통합신청사 위치 문제와 맞물려 있어, 어떤 식으로 발표가 나든 거센 후폭풍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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