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 시인 출간…타자·사회적 현안에 대한 관심 다뤄

"구름과 노을과 여자의 심장이 한 프레임 속에 찍혔다"('좋은 구름' 부분), "그것은 심장 같았다/내 심장을 갈아엎고 당신에게 달려가는 것"('구름 속에 메밀꽃 심는 법' 부분), "밤하늘의 심장이 움직이는 것은 내가 너에게 기적처럼 다가가기 때문일 거다"('달과 심장' 부분).

박서영(46)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좋은 구름>(실천문학사)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심장'이다.

우리는 어떨 때 심장이 뛰는가. 호감가는 이성을 보거나 고대해 왔던 일이 이뤄졌을 때.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거나 슬퍼 눈물이 앞을 가릴 때.

감정을 가장 먼저 들켜버리는 곳이 바로 심장이다. "심장이 떨리지 않는 시는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에게 심장은 시를 쓰는 목표다.

지난 2006년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천년의 시작) 이후 8년 만이다. 첫 시집이 시인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두 번째 시집은 제3자로 시선을 옮겼다.

   

박 시인은 "세상 밖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간략하게 답했다.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성격에 세상을 아날로그적으로 보고자 하고, 넓고 얕은 관계보다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박 시인은 제3자에 대한 시선을 은유적으로 내뱉는다.

직설적이고 명징한 언어보다 서정적이고, 상징으로 넘친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시다.

"당신의 가난은 당신의 입술로 널리 알려졌고/내 가난은 감자가 있어 은하수와 사귄다/눈물 한 알 덥석 받아낼 수 있는 두 손이면 족할 것이다/받아내는 것보다 빠져나가는 것이 많다"('감자 바구니' 부분), "가난한 지붕은 어쩌다가 가난한 지붕을 가졌을까 하고,/하늘펜션과 별빛펜션은 어쩌다가 하늘과 별을 가졌을까 하고"('봄날 저녁의 수채' 부분).

4대강 사업에 대한 시도 그렇다.

"어디론가 옮겨지고 있는 모래와 물살/전봇대에 붙어 팔랑이는 달방처럼/우리는 이사를 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달방까지 밀려간 날엔/바스락거리는 구름 소리까지 들렸다"('강변의 돌을 만지며' 부분).

문학평론가 최라영은 이번 시집에 대해 "그녀의 처녀 시집과 대비를 보여주는 지점이 있다면 (중략) 주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비루한 일상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대체 무엇을 위한 움직임인가.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가 들어앉는 심장의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만졌다. 멀리 구름들이 흘러가는 것. 새들과 꽃들. 여전히 나는 가슴 안쪽의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궁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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