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장 담글 땐 이 물이 딱"

전통요리 연구가 김애자(57) 씨는 물을 찾아 산청 지리산으로 들어온 지 15년 가까이 됐다.

"전통 장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죠. 원래 있던 창원에서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산 진동, 고성 같은 곳부터 알아봤는데, 물이 안 맞아요. 밀양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 경북 성주군 가야산에 연구소를 만들었죠. 그쪽은 돌이 많아 물이 깨끗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메주를 만들어 보니 물이 너무 세더라고요. 물 성분 검사를 해 보니 철분·불소 함량이 많았던 겁니다. 그런 성분이 많으면 콩 발효도 잘 안 되고, 장이 끈끈해지거든요."

다른 장소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던 그에게 몇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리산에 우연히 갔던 적이 있습니다. 비누 없이 세수해도 전혀 문제가 없더라고요. 물이 너무 매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리산을 다시 찾았죠. 그때는 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때라 먹어보니 맛이 좋다는 걸 바로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1999년 이곳 산청 시천면 지리산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메주를 끓이니 경북 성주와는 완전히 다르더군요. 물뿐만 아니라 나무·흙·돌·공기, 이 모든 게 다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는 지역마다 물 특성이 있다고 했다.

"여기 15년 있다가 다른 지역에 가면 물에서 냄새가 나서 못 먹어요. 창원은 뭐랄까요, 근근한 느낌이 있습니다. 밀양 얼음골 쪽도 마찬가지고요. 마산과 진해는 좀 짠 편입니다. 전북 완주·김제 쪽은 흙냄새가 많이 섞여 있어요. 경북 성주는 센 느낌이 강하고요."

지리산 물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장 담글 때 지하수·상수도 모두 사용합니다. 여기 물은 잡내가 전혀 없습니다. 장이든 조청이든 고두밥이든, 뭘 만들 때 여기 물을 탓해본 적이 없습니다. 집 뒤편에 계곡물이 흐릅니다. 정수기 회사에서 그 물을 떠서 성분 검사를 해봤는데 특1급수라고 합니다. 나는 지금도 머리 감을 때 샴푸·린스 없이 그냥 물만 사용합니다. 세수하고 나서 스킨·로션 안 발라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요. 처음에는 지리산 물이 너무 아까워 비닐에 담아 창원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는 좀 더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싶은 듯 주방으로 안내했다.

"여기 조리대 한번 보세요. 그냥 물로만 씻어냈는데 반들반들하잖아요. 창원에도 연구소가 있는데, 거기서는 화학약품을 사용해도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요. 행주도 보실래요? 새것처럼 깨끗합니다. 창원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것만으로도 지리산 물이 얼마나 좋은지 아시겠죠?"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좋은 물이 옆에 있으니 마음도 늘 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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