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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땅과 사람이 빚은 경남의 보물들

땅이 내놓은 것

2014년 05월 23일(금)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통영 물메기 = 물메기는 추도~사량도~욕지도에서 주로 잡힌다. 통영의 작은 섬 추도는 한겨울이면 물메기로 뒤덮인다. 건조하기 위해 포구, 마을 골목, 집 옥상에 널어 놓는다. 건물메기는 피 뽑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아가리 위쪽을 한방에 찔러 피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고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추도 사람들이 60년 넘는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다. 그리고 건물메기 작업을 위해서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추도는 섬이지만 물이 끊이지 않는 '물섬'이라고도 불린다.

◇남해안 털게 = '왕밤송이게'가 옳은 이름이지만 '털게'가 입에 더 와 닿는다. 어느 날 갑자기 바다에서 나온 것도 아닌데, 몇 년 사이 부쩍 털게 찾는 이가 늘었다. 예전에는 주로 잡은 것을 급랭해 일본에 수출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11년 TV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이름이 널리 퍼졌다. 당연히 가격도 껑충 뛰었다. 이제 3~4월이면 남해안 일대 어민들은 너도나도 털게잡이에 나서는 분위기다.

◇마산 미더덕 = 마산 바다에 떠 있는 양식 부표는 홍합 아니면 미더덕, 둘 중 하나라고 보면 되겠다. 미더덕은 마산 진동면, 특히 고현마을이 주산지다. 이곳 앞바다는 깊은 내만인 데다 여러 섬이 병풍처럼 자리해 태풍 영향을 덜 받는다. 맑은 물, 펄 아닌 모래땅, 풍부한 플랑크톤 덕에 미더덕이 덕지덕지 붙을 수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1980년대에 홍합 종패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서는 양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남해 마늘 = 남해는 1970년대 중반까지 재래종 마늘을 키웠다. 1983년 난지형 남도마늘이 기후·토지와 맞아떨어지면서 이곳 땅에 널리 퍼졌다. 이전에는 밭에서만 할 수 있던 것이 논에서도 가능해지면서 소득 작물로 자리매김했다. 종자 심기, 비닐 씌우기, 싹 틔우기, 마늘종 뽑기, 수확하기…. 그 어느 농산물이든 마찬가지지만, 마늘은 특히 잔손 갈 일이 많다. 그래서 5~6월 남해군 전체를 휘감는 마늘냄새에서는 이곳 사람들의 매운 인생이 느껴진다.

◇창녕 양파 = 양파는 1900년대 초 창녕 대지면 성찬영 씨가 재배에 나선 것이 시초다. 또 그 손자는 소작농들에게 보리 대신 양파 재배를 권유하고, 종자·기술을 보급했다. 1992년에는 전국 최초로 양파연구소가 만들어졌고, 2007년에는 지리적표시제에 등록했다. 물론 이곳 땅에 칼슘·마그네슘·유황 같은 성분이 많은 것도 '창녕 양파'가 있게 된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의령 망개떡 = 사실 '맛있는 경남'에서는 원재료만 다루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가공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의령 망개떡'은 그 범위에서 벗어난다. 그럼에도 하나의 대명사처럼 된 이 존재를 짚어보고 싶었다. 옛 시절 망개떡은 다른 지역에서도 많았다. 하지만 망개잎 수확 기간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망개나무가 유독 많은 의령에서는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방식으로 1년 내내 내놓았다. 망개떡은 잎·떡·팥, 세 가지 조화의 결과물이다. 여기서도 역시 정성이 빠지지 않는다. 잎을 따고, 떡을 빚고, 팥을 달이는 이 모든 수작업 과정에 여인들 손이 들어간다.

◇함양 산양삼 = 함양 땅에 산양삼이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물·바람·볕·부엽토 같은 자연조건 때문이다. 가물어도 땅은 축축함을 잃지 않으며, 사방에서 바람이 통하고,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햇빛이 들며, 오래된 나무가 많아 질 좋은 부엽토를 안고 있다. 군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재배 농가 육성에 나서면서 지금은 이곳 경제를 크게 뒷받침하고 있다. 삼을 사고파는 데 있어서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겠는데, 함양군은 지난 2006년부터 생산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거창 사과 = 거창에서는 1940년 들어 본격적인 사과 재배에 나섰다. 최남식이라는 이가 국광·홍옥 400여 그루를 심으면서다. 1960년대에는 정부 농특사업으로 지정되면서 거창 내 전 지역으로 확산하였다. 사과는 이곳 지역 경제 지형을 바꿔놓기도 했다. 해가 지날수록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사과도 낮은 기온을 찾아 이동했다. 그래서 한때 품팔러 나가던 깡촌이 이제는 어엿한 부촌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창원·김해진영 단감 = 단감은 추위에 약하고, 한창 익을 때 고온이어야 떫은맛을 없앤다. 그래서 연 일조시간이 2300시간 이상이어야 하고, 겨울에는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면 좋은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사질토는 궁합이 맞지 않으며 완만한 산지이어야 한다. 재배하기 만만찮은 것이다. 창원 동읍·북면, 바로 인근 김해 진영은 단감에 있어서 축복받은 곳이라 하겠다.

◇함양 흑돼지 = '함양 흑돼지'는 이곳 땅이 척박했기에 오히려 얻을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옛 시절 흑돼지를 대신했던 말이 '똥돼지'다. 험한 지형에 농사가 변변치 않아 가축을 기르려 했지만 이 역시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화장실과 축사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똥돼지'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위생문제로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날 이곳 흑돼지 대부분은 외국에서 들어온 품종이라고 받아들이면 되겠다.

◇남해 시금치 = 남해 사람들은 1년 내내 땅을 놀려두지 않았다. 1980년대 마늘로 벌이가 좋았지만 한동안 비는 시기에는 시금치를 심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재배하면서 이 지역 으뜸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남해 시금치는 단맛이 강한데 '사계절종'이라는 품종 자체가 유독 그렇다고 한다. 시금치는 밤에 너무 추우면 땅이 얼고, 낮에 너무 따듯하면 단맛이 떨어지기에 적당한 일교차가 필요하다. 이곳 남해 보물이 된 이유에는 겨울 눈이 적은 것까지 더해진다.

◇진주 딸기 = 1970년대 말 진주 수곡면에서 시작하면서 그 이름이 퍼졌다. 이미 이때 하우스재배를 했지만, 본격적으로는 1990년대 들어서다. 수곡면·대평면·집현면·명석면 등 진양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 주로 재배된다. 물 빠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양의 깨끗한 물을 얻을 수도 있다.

◇하동 녹차 = 지리산은 자갈밭을 선사하면서 북풍을 막아주고 많은 볕을 내놓는다. 섬진강은 안개가 많고 습도를 높인다. 이곳 녹차 향이 짙고 깊은 이유겠다. 이곳에서는 옛 시절 찻잎을 늘 곁에 두고 만병통치약처럼 이용했다고 한다. 오늘날 여기 사람들은 미련하게도 여전히 수작업을 고집한다. 한 잎 한 잎 손으로 따고, 덖음을 위해 뜨거운 솥에 손을 쑥쑥 집어넣는다.

◇함안·의령 수박 = 수확 시기를 앞둔 수박은 수분을 덜 받아야 당도가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남강 변 모래라 배수가 잘되는 함안·의령은 좋은 땅을 품고 있다. 함안·의령에서는 1970년대 수박 하우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름의 상징이던 것이 사시사철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이들 지역이 큰 몫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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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석형 기자

    • 남석형 기자
  • 시민사회부 기자입니다. 경남경찰청, 법원·검찰, 환경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회 어두운 면에 대한 제보뿐만 아니라, 주변 따듯한 이야기도 늘 환영입니다. 휴대전화 010-3597-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