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지도·감독'규정 '감사'포함 확대 해석…관련 법령, 두 가지 행정 행위 엄연히 구분

경남도가 도내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 실태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도에 이러한 감사 권한이 있는지 명확지 않아 앞으로 심각한 논란이 예상된다. 경남도는 이번 무상급식 감사의 근거로 자치법규인 '경상남도 보조금 관리 조례',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와 '지방재정법'을 들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자치교육법을 근거로 경남도의 감사는 월권이라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경남도가 근거로 내세우는 경상남도 보조금 관리 조례 제22조에는 도지사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보조금 지원사업 장부, 서류 또는 그 사업내용을 검사하게 하여 감독상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 제15조에는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해야 하며, 학교장이 지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지원금 교부결정을 변경 또는 취소하거나 이미 교부된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17조2는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등은 교부결정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들 조례와 법령에는 '감사'라는 용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학교급식 지원조례의 '지도·감독'이 강력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지도·감독은 감사까지 포괄한다는 것이 도 감사관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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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감사관실은 특히 '감독하고 검사함'이라는 '감사'의 사전적 의미까지 들이대고 있다.

경남도는 여기다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니 그 예산이 적정하게 쓰이고 있는지 들여다볼 권리가 경남도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당위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 행정의 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에는 '지도·감독'과 '감사'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제167조에는 국가 사무나 시·도 사무 처리의 지도·감독을 규정하고 있고, 제171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를 규정하고 있다.

두 조항이 직접 연계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같은 법률에서 지도·감독과 감사를 별도로 규정해놓은 것은 두 가지 행정 행위의 성질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남도가 '지도·감독'이 감사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경남도는 이미 농산물유통과를 통해서 매년 무상급식 지원에 대한 지도·감독 행위를 해오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매년 교육지원청에 무상급식 관련 정산서를 제출하면, 교육지원청은 이를 시·군청에 제출하고, 시·군청은 경남도 농산물유통과에 이를 제출해오고 있다.

도 농산물유통과는 이들 서류와 학교 현장을 확인해 도와 시·군에서 지원한 보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는지 등을 확인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도록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경남도는 지난해 이 같은 지도·감독을 통해 수십 개 학교에서 식품비가 인건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됐음을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2013년 도내 전체 학교 급식비는 2141억 원, 그중 도교육청이 1336억 원(62.4%), 경남도가 291억 원(13.6%), 시·군이 514억 원(24%)을 부담했다.

경남도 논리를 따른다 해도 경남도가 감사할 수 있는 범위는 13.6%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쓰이는 급식비가 교육청 예산, 도 예산, 시·군 예산 등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경남도가 감사를 강행하게 된다면 결국 보조금 13.6%를 지원해놓고 무상급식 전체를 감사하는 꼴이 된다.

도교육청이 도의 감사를 거부하면서도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측면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도 조례대로 이미 자료를 제출하고 지도·감독을 받아 왔음에도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법적 근거도 없이 감사를 하겠다고 하니 거부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경남도 감사가 월권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뚜렷한 근거는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이다.

지방자치법 제121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학 및 체육에 관한 업무를 분담하고자 별도의 기관을 두고, 기관의 조직과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연관된 것이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 1조는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고자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학·기술·체육 그 밖의 학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의 설치와 그 조직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방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률로써 지방의 교육·학예 등에 관한 사무는 별도의 기관인 도교육청이 관장하도록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경남도가 교육 영역까지 감사하겠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도교육청의 주장이다.

30일 현재 도교육청은 감사를 거부하겠다고 했고, 홍준표 도지사는 감사를 받지 않겠다면 더는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대로 가면 당장 내년 학교 무상급식이 차질을 빚게 된다. 경남 도민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판단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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