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작가 지하련 살던 집…임화 아내로 단편소설 7편 발표, 창원시 근대건조물 지정 추진 중

최근 창원시 마산합포구 용마산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 장소가 소설가인 지하련(1912∼?·사진) 주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련은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서기장을 역임한 임화(1908∼1953)의 두 번째 아내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오후 6시 36분께 창원시 산호동 2층짜리 일본식 목조가옥에서 불이 났다.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이 불로 마산구장에서 진행 중이던 프로야구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마산소방서는 거주자인 ㄱ(87) 씨가 모깃불을 피우고 버린 재에서 남은 불씨가 되살아나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건물 안에 있던 ㄱ 씨와 ㄴ(88) 씨는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건물 264㎡ 중 66㎡가 불에 타 5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하지만 단순한 화재사건이 아니었다. 이 목조가옥은 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련의 셋째 오빠 것이었다.

지하련은 거창 출신으로 월북 이전까지 7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본명은 이현욱이며 아명은 이숙희다. 카프의 창립 멤버였던 임화와 결혼하기 전까지 지하련은 미지의 소설가로 남아 있었다. 큰오빠 이상만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후원하고자 조직된 군사주비단의 단원이었고 다른 오빠들도 대구와 마산 등지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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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오후 6시 36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2층짜리 일본식 목조가옥에서 불이 났다. 이곳은 여류 소설가인 지하련 주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30일 모습. /김민지 기자

지하련은 마산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이 주택은 그녀의 창작을 이끈 곳이었다. 그녀가 1941년 발표한 단편소설 '체향초'를 보면 당시 마산부 산호리(현재 마산합포구 산호동 562번지)가 잘 묘사돼 있다.

지하련은 남편 임화가 1935년 카프 해산계를 제출한 후부터 1938년까지 4년간 마산에 함께 머물렀다. 이때 임화의 병(폐결핵)을 간호하며 혼인도 하고 아들 원배를 출산했다. 지하련은 남편의 병을 간호하다 자신도 결핵에 감염돼 1940년부터 약 1년 동안 남편과 아이를 서울에 두고 혼자 마산에 와서 창작에 몰두했다. 이후 1947년 남편과 함께 월북했다.

지하련에게 마산 산호리가 지니는 상징성은 크다. <한국 근대사의 문학탐사 1>에 따르면 '일본 경찰 감시를 피하고자 거짓 전향하며 은둔한 지하련의 오빠들이 그곳에 있었다. 또한 지하련에게 소설 쓰기의 동력을 제공한 곳이며 우리의 굴절된 근대모습을 담고 있는 장소'로 평가된다.

박정선 창원대 교수는 "지하련과 임화는 마산의 중요한 문화 콘텐츠다. 임화가 마산에서 상당한 글을 썼고 마산이라는 장소성이 크다"면서 "지하련 주택이 보존돼 마산의 콘텐츠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하련 주택은 지난해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전·활용 기본계획을 보면 A∼C등급 가운데 A등급(총91개 가운데 18개)을 받았다. 주택이 오래돼 훼손됐지만 대체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공간마다 지붕의 위계를 따로 하여 리듬감 있는 주택을 형성하고 있으며 지붕은 일식 시멘트 기와를 사용했다. 창원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근대건조물 지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소유자(4명)는 근대건조물 지정을 반대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하련 /세계여성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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