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맘대로 여행] (71) 충남 부여 서동요 테마파크

사람이 북적여야 생명력을 얻는 곳이 있다. 지속적인 관리가 되지 않거나 인기가 시들해지면 사람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인 곳, 바로 드라마 세트장이다.

고려라는 '거악'에 대항해 고려를 끝장내고자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SBS <육룡이 나르샤> 촬영현장으로 다시 주목 받는 '서동요 테마파크'(충남 부여군 충화면 가화리 270번지)는 스산한 계절에도 사람들로 다시 북적인다.

극적이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간 삼국시대 백제왕국 30대 임금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그린 <서동요> 촬영을 위해 건립되었던 서동요 테마파크. 2006년 3만 3000여㎡의 대지에 백제·신라 왕궁촌, 태학사, 하늘재, 저잣거리 등을 조성하면서 60억 원이 투자됐다.

백제색이 강한 곳이었으나 여러 번의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은 백제, 고려, 조선시대를 촬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SBS 드라마 <서동요> 이후, <대풍수>, <일지매>, MBC 드라마 <계백>, <수백향>, KBS2 <조선총잡이>에 이어 올해는 SBS <육룡이 나르샤> 촬영을 위한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오픈 세트장이 자리 잡은 곳은 부여 읍내에서도 40여 분 달려야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겨운 시골풍경과 맑은 공기, 그리고 햇살에 반짝이는 가화저수지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에 취할 때쯤 입장료(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를 내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초가 18동과 기와집 24동 등 모두 42동의 실옥이 지어져 있고 신라의 궁궐, 애연지, 하늘재, 오늘날의 과학기술 연구소 격인 태학사, 저잣거리 등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건물들이 실제와 같은 크기로 복원돼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커다란 가마솥이 놓여 있는 저잣거리 주막에서는 금방이라도 주모가 나와 술 한 잔을 건넬 것 같고, 왕궁 입구에는 승리의 깃발을 든 백제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이는 부여군이 처음으로 백제를 주제로 한 관광단지를 만드는 만큼 완성도에 신경을 썼기 때문인데 실제 집들을 보면 사람이 들어가서 살아도 무방하리만큼 사실적이고 튼튼하다. 담장 역시 실제 흙벽이고 각종 소품들도 예전에 쓰였던 물건들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드라마 속 세상을 거닐어 보는 것, 박물관과는 또다른 즐거움이 샘솟는다.

<함께 가보면 좋을 곳>

부여 여행은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백제의 유적지들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서동공원과 궁남지(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으로 "무왕 35년,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버드나무를 심어 한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백제의 노자공은 일본에 건너가 아스카시대 정원 조경기술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정림사지 5층 석탑(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 현존하는 석탑 중 1500년을 지켜온 가장 오래된 탑으로 백제의 표석처럼 서 있다. 목조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첫 양식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백제 문화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부소산성(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관북리, 구교리 일원) = 백제도성으로 평시에는 궁의 정원이 되었고 전쟁 시에는 최후 방어성으로 이용됐다. 산성 안에는 식량을 저장하던 군창지, 삼천 궁녀가 몸을 던졌다고 알려진 낙화암, 고란사와 고란초, 해맞이 영일루, 달맞이 송원대 등 고대 중국·일본과 교역로 역할을 하였던 백마강이 바로 옆으로 흐른다.

◇신동엽문학관(부여군 부여읍 신동엽길 12) = '껍데기는 가라'를 쓴 신동엽(1930~69) 시인이 부여읍 동남리 출신이다. 생가 옆에 있는 문학관에는 시인이 입던 옷, 신분증 등과 함께 육필 원고 대부분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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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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