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술] (4) 지역 근대사 보전은 지역 몫

이번 기획취재 목적은 '주도 마산'을 토대로 옛 마산 근대역사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와 증언을 찾아내고자 했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밝혀졌던 내용을 답습하는 정도에 그쳤다. 기억은 퇴색하고, 당시 모습이 온전히 보존된 건조물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지난달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에 있는 세계술문화박물관을 방문했다. 혹시나 이곳에서 옛 마산과 관련한 기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세계술문화박물관은 지난 2005년 설립됐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에 전 세계 술과 관련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은 와인역사관·오크통관·증류주관·맥주관·발효교육과학관·전통주관·동양주관 등으로 구성됐다.

세계술문화박물관이라는 이름답게 와인, 증류주, 맥주와 같은 세계 술과 관련한 자료가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각 나라의 술과 관련한 역사를 소개하고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도구들이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

세심한 설명에 감탄하면서 와인, 증류주, 맥주 전시관을 돌았다. 전통주 등 한국 술과 관련한 전시관 차례가 다가오면서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하지만 앞선 세계 주류관과 비교했을 때 국내 주류를 설명하는 전시는 설명이나 자료가 부족했다. 청주를 보관하는 병이나 도기 등 몇 점이 전부였다. 한국 술 역사를 기록한 도표도 있었지만, 책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에 그쳤다. 결국 이곳에서도 마산의 술과 관련한 기록이나 자료를 찾아내지 못했다.

지난 2011년 삼광청주 주조장 건물이 철거되기 전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당시 건축 전문가인 허정도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경남도민일보>를 통해 이같이 주장한 바 있다.

"세계의 선진도시들이 문화와 역사를 이용해 도시경쟁력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쏟습니다. 그중에는 지난 세기 동안 비약적인 발전과 변화를 겪어온 근대산업시설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잿빛 벽돌의 폐허였던 화력발전소를 한 해 관광객 400만 명이 찾게 만든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설탕공장을 개조한 이탈리아 파르마의 '파가니니 음악당', 낡은 맥주공장을 환상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홋카이도의 '삿포로 팩토리와 맥주박물관', 모두 근대산업유산으로 재생시킨 현대도시의 보석들입니다… 외국의 이런 사례들을 듣고 보면서, 100년이나 된 마산의 양조산업은 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까 늘 안타까웠습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는데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주도 마산의 역사가 아까웠습니다."

5년이 지났지만 허 대표의 아쉬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최근 노르웨이 도시 중 베르겐을 다녀왔는데 특별한 역사성이 없는 옛 주철 공장이 오래됐단 이유만으로 아파트 개발을 하는데도 이를 그대로 보존하더라"며 "마산의 술은 역사성도 있고, 경제·도시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어 중요하기에 이전 아쉬움은 변함 없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개인 기록물을 한 장소에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한 기록물들이 있을 텐데 그대로 두면 다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하나로 모으는 근대기록관 등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 근대사를 보전하고 기록하는 일은 그 지역주민의 몫이라는 설명이다.<끝> 

※이 기획은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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