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굴욕 경계서 핀 색다른 로맨스…분노·서러움·호기심 얽힌 인물 간 애정 '재미·스토리' 이끄는 동력

아무래도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밤 10시)의 정점은 지난 11회 갯벌에서 열심히 낙지를 찾는 표나리(공효진) 뒤로 난투를 벌였던 화신(조정석)과 정원(고경표)의 엔딩이 아니었을까?

동생에게 보양식을 해주려고 갯벌을 헤집던 나리는 낙지를 양손에 움켜쥔 채 행복해하느라 정작 남자 둘이 자신 때문에 싸운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이내 화면은 광활한 갯벌을 비추며 커다란 삼각형을 만들어낸다. '뻘짓- 허튼의 방언 뻘과 짓을 합친 말, 허튼짓'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만신창이가 된 남자를 뒤로하고 여자의 천진난만한 표정이라니.

<질투의 화신>의 애정선을 이끌어 가는 동력은 질투다. 어쩜 이리도 모든 관계가 질투를 정점으로 불타오를 수 있을까.

3년 전부터 자신을 짝사랑해온 나리를 화신은 외면했다. 감히 저런 여자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대놓고 불쾌해했다. 친구 정원에게 소개해주고서 그녀에 대한 마음이 커졌음을 깨닫고 질투에 불타오른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한 장면.

"난 더 질투하는 엄마랑 살 거야. 더 질투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니까."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 사이에서 빨강이(문가영)는 선택의 기준을 질투로 규정한다.

나리의 동생 치열(김정현)을 좋아하는 빨강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대구(안우연)를 이용해 치열의 질투를 유발하려 한다.

<질투의 화신>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배려가 아닌 그것을 바라보며 폭발하는 분노의 질투에 방점을 찍으며 사랑과 굴욕의 경계에서 색다른 로맨스를 만들어 낸다.

질투하는 사람은 때론 분노하고 때론 서럽고 때론 호기를 부리며 혼자 사랑이라는 감정에 변주하지만 정작 상대는 자신의 사랑에 몰두한다. 나리가 화신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질투의 화살은 누가 쏘게 될지 판은 다시 짜였다.

이와 함께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에 온 힘을 다했던 나리가 자신의 꿈인 아나운서에 합격하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를 통해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관습을 굴욕적으로까지 보여주었던 현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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