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 넘겨야 생존…채권단 '더 강한 자구책' 요구

'1조8천500억원→5조3천억원→7조3천억원'

대우조선해양이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자금(자구계획)이 1년 만에 1조8천500억원에서 7조3천억원으로 급증했다.

극심한 수주 절벽이 이어진 탓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까지 가동됐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내년 4월까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자구계획을 통해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대우조선의 생사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야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9천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에 시간이 6개월여 남은 셈이다.

PYH2016080509270001300_P2.jpg
▲ 대우조선해양 본사./연합뉴스

◇ "올해 수주액 30억달러 이하될 것"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서울 본사 사옥, 선박 등 자산을 팔고 인력을 감축해 버텨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올해 수주액을 108억달러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주 실적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자 수주 목표액을 지난 6월 62억달러로 43% 낮췄다.

이런 수주 목표에 맞춰 대우조선은 생산 능력을 30% 감축하고 자회사 14개를 모두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3조5천억원 규모의 2차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때 금융당국은 올해 연간 수주가 35억달러에 못 미치면 2조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비상계획)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13억달러 수준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올해 수주 목표 35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수주액이 30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계획이 발동된 배경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각하면 되고,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나 그룹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더는 추가로 팔만한 자산이 없어 자구계획을 앞당겨 철저히 이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 부족해

문제는 대우조선의 유동성 확보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6월 확정한 5조3천억원 규모 자구안 가운데 9천842억원(올해 8월 기준)을 마련했다. 이행률이 18.6%에 불과하다.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부족한 셈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에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이동식 시추선(드릴십) 2척이다.

애초 대우조선은 올해 7월 말까지 배를 인도하기로 했지만, 이 기간이 9월 말, 11월 말로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안에 배를 인도한다는 것을 목표로 소난골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서울 다동 사옥 매각도 지연되고 있다.

이 건물을 1천700억원대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인수 희망자가 세 차례나 바뀔 정도로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었다.

대우조선은 사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새로 선정한 캡스톤자산운용을 통해 이달 내로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1천명을 희망퇴직시키고 분사를 통해 2천명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 전체 직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만2천700명인데, 직원 수를 올해 안에 1만명 밑으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내년 4월까지는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채권단 지원 금액 1조원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릴십 인도, 사옥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한 자구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내년 4월 회사채를 갚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채권단 "더 절박한 자구계획 이행" 압박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 보고서(초안)에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결과를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조선은 더욱 코너에 몰리는 모습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조선 빅3 구도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2강(强)'으로 재편하고 대우조선해양은 각 사업부문을 매각해 '1(中)'구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또 대우조선이 다른 경쟁사과 달리 그룹에 묶여 있지 않아 재무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했다고 한다.

대우조선은 맥킨지 보고서에 대해 가정 자체가 잘못됐으며, 한국 조선산업의 가능성과 능력을 무시한 보고서라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가 파장을 불러오자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보고서를 '참고' 정도로만 이용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을 더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보겠지만, 자구계획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청산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 사이즈를 줄이고 실탄(자금)을 만들어 조선업황이 나아질 때까지 최대한 버텨야 한다"며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을 더 절박하게 해야 하는데, 현재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이 조선 빅3 중 제일 떨어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