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보도 중심으로 부조리 드러내는 데 앞장…황색 저널리즘 덩달아 횡행 논리적 분석·판단력 필요

참으로 역동적인 시절을 지나고 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사태'는 까도 까도 커지는 '어메이징'양파 같다.

이제야 최순실이 조금씩 입을 연다는 보도가 나오고 또 다른 핵심인물인 차은택이 귀국했다.

진짜 시작은 다시 지금부터다.

엄혹한 시절에 자꾸만 뉴스에 시선이 머무른다.

누군가 트위터에 올린 "뉴스를 이토록 기다려 본 적이 얼마만인가"라는 말처럼 때론 첩보 영화 같기도 하고, 때론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JTBC <뉴스룸>과 <썰전>이 있다.

'최순실 PC' 특종 보도 이후 연일 시청률을 경신 중인 <뉴스룸>은 지난 8일 역시 9.091%(닐슨코리아)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뉴스룸>은 최순실 모녀가 다닌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대한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최순실 모녀가 평소 다닌 것으로 알려진 성형외과에서 내놓은 화장품이 청와대의 명절 선물세트로 납품되고 있는 것은 물론, 해당 병원장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동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역시나 누군가는 자격도 되지 않는데 특혜를 받고, 멀쩡히 일하던 사람은 한순간 직장을 잃거나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JTBC <썰전〉 방송화면 캡처.

이와 함께 '올 단두대'를 외치는 전원책과 특유의 통찰력으로 촘촘한 분석을 내놓는 유시민이 함께하는 JTBC <썰전>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 이후 긴급 추가촬영에 나섰던 지난달 27일 <썰전>은 당시 6.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 특집으로 꾸려진 지난 3일 방송은 무려 9%를 넘겼다.

온종일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는다. 피로도 역시 만만치 않지만 안갯속과도 같았던 부조리한 세상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뉴스는 예능,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이런 가운데 다시 필요한 것은 판단력이다. 본질을 흐리는 황색 저널리즘은 불쑥불쑥 치고 들어온다.

MBN <뉴스와이드>는 '최순실 PC'가 누구 소유냐에 대한 논란이 있던 지난 1일 'PC 속 셀카 진위를 밝히겠다'며 정치 평론가, 교수, 논설위원 등 대여섯 명의 패널 셀카를 보여준다. 6개의 셀카가 화면에 비치고 앵커는 다음 중 셀카가 아닌 것을 고르라고 한다.

셀카 분석 내내 조롱 섞인 농담이 오가고 까마귀 우는 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앵커는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고 이것이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모든 출발이자 교차점이에요, 결국"이라고 마무리한다.

이어 다음 날에는 '최순실 사태, 대권 잠룡 해법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편'을 내놨다.

그런데 갑자기 패널로 참여한 정치평론가는 남경필 지사에게 재혼을 추천한다.

"혼자 사시는 가운데 보면 이러고 저러고 사달이 난 거 아닙니까? 대권 도전하실 거라면 대통령 당선되었을 때 보면 혼자는 좀 거시기할 것 같은데, 재혼 안 하세요?"

지난달 28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한서병원 앞에 대학생·여성·노동자 등 100여 명이 모여 "이게 나라냐?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쳤다. 이날 참석자들이 '최순실 게이트' 문제를 꼬집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비약도 이런 비약이 없다. 박 대통령의 불통이, 비선의 국정 농단이 대통령의 '독신' 때문이라니.

채널A에 출연한 모 교수는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과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전통시장을 방문해 구입했던 4만 원짜리 신발을 비교하며 대통령을 기만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본인은 72만 원짜리 신발을 신으면서 대통령 보고는 3만 8000원짜리 신발 사 신도록 하는 이런 태도는 뭘까요? 저는 이것이 말 그대로 국민을 기만하는 하나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생각이 듭니다."

혼돈의 세상이다. 결국 이 정권은 평범한 시민을, 학생을, 국민을 투사로 만들었다. 뭔가를 지키고자 외면하는 동안 우리는 더욱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지금 필요한 건 사안에 대한 정확한 사실 전달과 논리적 분석이다. 보고 듣고 말하는 매 순간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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