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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학생들은 '편밥' 한다

[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 (9) 편의점을 통해 엿보는 대학생의 일상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팍팍한 대학생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편의점의 하루

2016년 11월 21일(월)
양청(경상대 3) webmaster@idomin.com

"비닐봉지를 흔들며 귀가할 때 나는 궁핍한 자취생도, 적적한 독거녀도 무엇도 아닌 평범한 소비자이자 서울 시민이 된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 소설 <나는 편의점에 간다>의 한 구절이다. 편의점은 사람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편의'를 가져 왔다. 이제는 군것질거리는 물론 비상약까지 살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편의점, 특히 대학가 편의점은 단순히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다. 대학생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편의점 음식을 싸들고 와 '혼밥'(혼자 밥을 먹는 일)을 하기도 한다. 팍팍한 대학생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 주는 장소이다. 이렇게 대학생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편의점, 그 현장을 다녀왔다.

#1. 딸랑. 경상대 교내 편의점 출입구에 달린 방울이 울린다. 사회과학대 4학년인 ㄱ(27)씨는 계산대에서 저녁으로 폐기 도시락(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먹다 손님이 오자 얼른 입을 가리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저녁 시간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편의점은 삼각 김밥 판매대 앞에서 서성이는 학생, 컵라면과 김밥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학생으로 붐빈다. 이들의 최대 고민은 '라면에다 어떤 김밥을 같이 먹어야 할까?'이다. 누구는 아까 계산한 것들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전자레인지 앞에서 초점 없는 눈으로 삼각 김밥이 마저 데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 저녁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대학가 풍경이다.

▲ 대학가 편의점은 대학생들이 끼니를 때우고 용돈을 버는 등 일상이 담긴 곳이다.

"오후 6시가 막 지난 이른 저녁에 특히 손님이 많아요. 원래 이 시간에는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일을 했지만, 오늘 그 친구에게 일이 생겨 혼자 편의점을 보고 있어요. 평소엔 같이 하던 일을 혼자 하려니 버겁네요. 그나마 오늘이 금요일이라 손님이 없는 편이에요.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특히 기숙사 식당 메뉴가 맛이 없는 날에는 학생 손님이 갑자기 늘죠."

손님이 얼추 빠져나가고 나서, 그는 계산대 앞에 선 채로 아까 먹다가 만 도시락을 마저 먹는다. 오늘처럼 유통기한이 조금이라도 지난 폐기물 도시락이 나오면 한 끼를 먹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그냥 굶는 때가 잦다. ㄱ씨는 주중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자취를 하는 그는 생활비를 벌려고 스무 살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 후로 지금까지 편의점 일을 관둔 적이 없다.

"진상 손님을 대할 때는 정말 피곤해요. 나중에 돈을 주겠다며 물건을 가져가놓고 오지 않는 경우는 애교 수준이고요. 몇 년 전 고향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할 땐 술 취한 손님이 점장에게 술을 뿌리기도 했어요."

그런 기억을 더듬는 것도 잠시, 다시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날이 쌀쌀해서인지 벌써 패딩을 입은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은 '아유 추워' 하면서도 아이스크림을 찾고 있다.

"어릴 적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왔기에 일은 상당히 손에 익었어요. 이제 많이 힘들지는 않은데, 많이 심심해요. 물건을 사 가는 손님들이 같은 학교 학생이라 해도 그저 '얼마예요?',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세요' 같은 짧고 단순한 대화만 오고 갈 뿐이거든요."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해가 다 지고 바깥도 깜깜해졌다. ㄱ씨는 거스름돈을 까먹고 가는 학생을 불러 세워 돈을 건넨다.

"2년 동안 휴학을 했었어요. 작년에 복학했지요. 2년이나 떠나 있었으니 아는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동기 애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올해만 지나면 졸업이에요. 겨울방학까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고 그 후로는 고향에서 행정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거예요."

하지만, 그는 여건이 안 되면 졸업유예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2. 경상대 정문 근처 편의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문대 3학년 ㄴ(22)씨 역시 계산대 앞에 서서 저녁으로 폐기 김밥을 먹는다. 이곳은 주로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학생과 담배를 사러 오는 손님이 많다.

스포츠 복권을 계산하던 그는 갑자기 손님 줄이 밀리자 당황하고 만다. 마침 ㄴ씨를 보러왔던 친구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대학가가 한가해지는 주말에도 여기는 은근히 손님이 끊이지 않아요. 대학생도 있지만 대학가 주변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거든요. 특히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손님이 몰려요. 그러면 저녁밥을 제때 챙겨 먹지 못하는 때가 잦아요."

한바탕 손님이 지나갔다 싶더니 다시 손님이 몰려든다. ㄴ씨는 허둥지둥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며 김밥을 마저 입 안에 넣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탓인지 그녀는 자꾸 허둥지둥한다.

잠시 손님이 없는 틈에 ㄴ씨는 놀러 온 친구에게 편의점을 맡기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평소에는 혼자 가게를 보는 탓에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할 때가 잦다. 다행히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손님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토요일에만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저 스스로 용돈을 벌고 싶어서 편의점 일을 시작했어요. 아직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라요. 예를 들어 모바일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일 같은 일에는 아직 많이 서툴러요.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하는 중이에요. 이렇게 일해서 1시간에 5000원 받아요. 시급이 적어서 그만큼 오래 일을 해야 어느 정도 목돈을 벌 수 있어요. 시험 기간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매일 일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담은 덜한 편이죠."

ㄴ씨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원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했다. 대학원에 다니며 쓸 생활비를 미리 벌어 놓기로 스스로와 약속해 놓은 까닭에 아르바이트는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공부하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것에 매여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겐 조금이라도 일을 해서 돈을 모아놓는 것이 중요해요. 아직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해 보고 싶어요."<끝> /양청(경상대 3)

※ 지역민 참여 기획 '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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