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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JTBCㆍSBS 저녁이 있는 삶

<한 끼 줍쇼>·<아빠의 전쟁> 둘러앉아 나누는 '같이의 가치'…가족 간 대화·일상 행복 일깨워

2017년 01월 12일(목)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뉘엿뉘엿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집집이 밥 짓는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골목이 떠나가라 떠들썩하게 놀던 아이들은 "밥 먹자"라는 엄마의 부름에 하나둘 흩어진다. 어떤가. 지금은 '응답'할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가.

어느 대선주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부모는 야근으로, 자녀는 학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1인 가구 급증은 '혼밥족'이라는 새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대통령마저 혼밥을 즐기는 시절 아닌가.

서로 어울려 밥을 먹고 하루 일과를 공유하며 웃고 저녁을 보내는 것이 일상의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던 시절은 지났다. 꼭 그것이 행복이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다.

그래도 그리운 그때 그 시절. 하루를 살아내는 원동력, 소통의 매개체이기도 했던 우리네 저녁 밥상을 환기시키는 프로그램들이 그 시절 온기를 일깨우고 있다.

JTBC <한 끼 줍쇼>(수요일 밤 10시 50분)는 우리 이웃의 '저녁이 있는 삶'을 엿보고자 이경규와 강호동이 골목을 누비며 초인종을 누른다. 그리고 저녁 한 끼를 함께하자고 말을 건네는 방식이다. 인지도로만 따지면 연예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경규와 말투와 목소리만으로도 존재를 부각시키는 강호동은 그렇게 숟가락 하나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JTBC 〈한 끼 줍쇼〉.

"그런데요?"

애초 하루에 다섯 끼도 먹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이경규가 좌절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훈훈하다 못해 따뜻하기까지 했던 기획의도와는 달리 <한 끼 줍쇼>에는 시작과 함께 '굴욕'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웃음의 초점은 매번 거절당하는 이들의 모습에 맞춰졌다. 사실 온종일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헤치고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저녁 한 끼를 먹으려 하는데 불청객이 찾아온다면 그 누가 쉽게 양손 벌려 환영할 수 있을까?

첫 회, 망원동 골목에서 저녁 한 끼를 얻어먹는 미션은 실패했다. 대신 우여곡절 끝에 편의점에서 여고생들과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굴욕으로 분량 대부분을 채웠던 이들에게 점점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대문이 열렸다.

사업 실패로 한 끼가 절박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부부의 기꺼운 초대, 일 때문에 늦어지는 엄마를 대신해 아들의 한 끼를 챙기는 아빠와 함께하는 저녁, 사춘기 아들과 무뚝뚝한 저녁을 마주한 엄마와의 팥죽 한 그릇,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초라한 밥상이지만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예술가 등 수십 번의 초인종을 누른 끝에 열린 대문 안 모습은 리얼 다큐만이 얻을 수 있는 의미를 극대화한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기획의도가 흔들리는 모습은 아쉽다.

〈SBS스페셜 - 아빠의 전쟁〉.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작 출연자들은 한 끼 얻어먹는 게 부끄러운지 한 끼 달라는 말을 못하고 내가 연예인인데 밥 같이 먹는 프로그램이라고 포장을 하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사람과의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것보단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문 밖에서 밥을 못 먹었다고 하니 선뜻 자기 집 밥을 내어주는 사람과 만나는 게 훨씬 의미 있지 않습니까?"

게스트 활용을 본격화한 시점에서 제작진은 삭막한 도시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저녁 한 끼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고자 했던 의미를 다시 새겨봐야 할 듯하다.

SBS의 은 지난 1일과 8일 일과 가정 사이에서 표류하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부 - 아빠, 오늘 일찍 와?'에서는 지치고 바쁜 일상으로 가족과 멀어지게 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아빠들의 이야기와 '2부 - 아빠와 저녁을, 더 디너 테이블'은 그런 가족들을 대상으로 제작진이 제안하는 특별한 게임을 진행하고 변화를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한 달 동안, 정해진 시간에 가족이 모여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만하게 시작했던 저녁 미션 앞에, 시작부터 줄줄이 의외의 복병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빠만 일을 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아이의 학원이 문제가 되고, 야근을 줄이니 생활비가 줄었다. 한 달 동안 저녁 시간을 함께하려고 가족이 벌이는 눈물겨운 사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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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정 기자

    • 최규정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일합니다. 영화와 대중문화, 여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