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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중학교 '경남꿈키움중학교' 첫 번째 졸업식

[갱상도블로그]성장한 아이들 떠나보내며 선생님들이 펑펑 울었네요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되레 교사들에게 상을 주는…
곁에서 기다려주기만 했는데 마음의 키가 자란 아이들

2017년 01월 17일(화)
김용만 webmaster@idomin.com

경남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중학교인 경남꿈키움중학교가 지난달 29일 졸업식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첫 졸업식이라 그 형식과 내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감동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3학년 샘들끼리도 많은 회의를 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해서 결국 결정했죠.

'졸업식도 아이들에게 맡기자.'

바로 아이들을 모았습니다. 졸업식을 직접 준비해보고 싶은 아이들을 교무실로 모이라해서 8명이 모였습니다. 이름하여 졸업준비위원회입니다. 졸준위 아이들은 틈틈이 만나 졸업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일정이 발표되었습니다. 졸업식이 있는 주 월요일 등교하면서 포토타임을 시작으로 마지막 공동체 회의, 담력체험, 롤링페이퍼 쓰기, 졸업논문 발표, 대청소, 반별 타임캡슐 만들기, 3학년 전체 아이들 기숙사가 아닌 꿈터에서 자기, 그리고 목요일 졸업식까지, 아이들이 계획을 세웠고 전교생과 함께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며칠 동안 모든 일정을 다 치르고 졸업식 전날 밤이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아이들 대부분은 졸업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구태화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작은 불을 준비해 주셨고 우리는 모여 숯불에 컵라면도 끓여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곤 꿈터로 모였지요. 치킨으로 분위기가 업 되었고, 마피아 게임, 몸으로 하는 스피드 퀴즈 등 게임도 하며 신나게 놀고, 친구들끼리 누워서 속닥하게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려 새벽 3시까지요.

▲ 경남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중학교인 경남꿈키움중학교가 지난달 29일 졸업식을 했다. 졸업생들을 한 명 한 명 꼭 안아주는 선생님.

다음 날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서 꿈터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전날 전교생들이 모여 종업식을 미리 했었습니다. 이때 학교에서 주는 개인상을 모두 전달했습니다. 졸업식 때에는 모든 졸업생이 똑같은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오직 졸업장만 수여했습니다. 교장샘께서 졸업장을 주시면 담임샘은 장미꽃 한 송이를 줬고 3학년 샘들께선 아이들을 소중히 안았습니다.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졸업장 수여가 끝나고서 세족식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3년간 고생하신 샘들의 발을 씻어드리는 것이지요. 발을 씻는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구경하시는 부모님들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특히 속썩이던 놈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더군요. 평소엔 무뚝뚝하셨던 샘들도 몰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2부 행사는 후배들이 준비했습니다. 2학년들이 나와 졸업축하 영상을 상영하고, 015B의 '이젠 안녕'을 불렀습니다. 선배들에게 손으로 직접 만든 장미꽃도 주었습니다. 2학년들의 송사가 끝나고서 1학년들도 뭔가를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자기들이 준비한 이별 영상과 함께 3학년들을 위한 편지를 읽었습니다. 이때 졸업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3학년 아이들은 고개 숙여, 숨죽여 우는 아이들이 많았고 1학년 아이들은 흐르는 눈물로 편지를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1·2학년들의 송사가 끝나고 나서 3학년들이 모두 무대에 올랐습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한 명씩 마이크를 잡고 학교를 떠나는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 졸업생들이 하는 세족식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 선생님들.

"학교에 대해 짜증 나는 것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아요. 우리 학교는 참 좋은 학교였어요."

"나를 힘들게 생각했던 후배들이 있었을 거예요. 나 그리 무서운 언니 아니에요. 나도 그만큼 다가가지 못해 미안했어요. 다음에 볼 때는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말이 끝나고 상장을 수여했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경남꿈키움중학교 3학년 전체 친구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상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상장의 이름과 내용이 유쾌했습니다. 상장을 받을 때마다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모든 상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기상, 동영상, 그나마 정상, 우렁각시상, 도피상, 면상, 남우주연상, 허상, 상상그이상' 등 상의 이름도 재밌었고 그 내용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장 수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담임샘들에게 줄 상장을 준비한 것입니다. 저도 아이들로부터 상장을 받았습니다. 샘들도 놀랐고 하객분들도 놀랐습니다. 아이들은 반별로 모두 나가 선생님을 호명했고 상장의 내용을 읽고 선생님께 상장을 직접 수여했습니다. 아이들의 센스에 모두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알고 계셨습니다. 그 어떤 상보다 값진 상이었다는 것을.

모든 상장을 수여하고 나서 공식적인 졸업식 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마지막 포옹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들을 쉽게 보내줄 수 없었습니다. 힘들었던(?) 졸업식을 끝내고 교실로 올라갔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교실을 정리하다 보니 아이들과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꿈키움아이들이 학교에서 훌륭한 지식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영어단어를 외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힘겹게 돌아보며 보냈던 시간만큼은 최고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졸업생들이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에게 만들어 준 상장. 유쾌하고 정말 값진 상이다.

성장은 자라는 것을 뜻합니다. 육체적 성장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성장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난에 부딪혔을 때, 시련을 만났을 때 정신적 성장은 빛을 발합니다. 아이들이 졸업하며 글로 남긴 우리 학교 졸업논문만 보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집에서 학부모님들이 바른길로 이끄는 것만이 아이들의 성장을 자극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 아이들이 힘겨워할 때 단지 곁에 있어 주는 것, 아이들이 욕을 할 때 그냥 들어주는 것, 뛰쳐나가면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성장했습니다. 아이들을 믿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믿게 되었습니다. 믿음만큼 큰 힘은 없습니다.

/김용만(마산 청보리의 함께 사는 세상 yongman21.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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