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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tvN <도깨비>

사랑했던 이 간직하고 잊었던 사람 떠올리고 선물-벌 오가는 '기억'…'망각'이 팽배한 사회 그 가치 돌아보게 해

2017년 01월 19일(목)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너의 죄와 대면하라."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13화에서 저승부 감찰관들은 인간의 삶에 관여하고 위법한 행위를 한 저승사자(이동욱)에게 가장 무거운 벌을 내린다. 바로 과거의 기억을 모두 되살리는 것. 가장 나쁜 죄를 저지른 자만이 저승사자가 된다. 모든 기억을 지워내고 그렇게 저승사자가 된 그들에게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지독한 형벌이 될 수밖에 없다.

"대체 어디까지 비겁했던 겁니까."

전생에 고려의 왕이었던 저승사자는 사랑했던 여인과 충직한 신하, 고려, 그리고 끝내 자신까지 지키지 못했던 생을 들여다 본다.

자신의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저승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망자에게 생전 기억을 지우는 선물 같은 차를 건넨다. 선한 삶을 산 망자는 현생의 기억을 지우고 천국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죄를 지은 자는 모든 것을 기억한 채로 지옥에서 평생 보내야 한다.

스틸컷.

도깨비(공유)는 전생을 잊지 못해 힘들어한다. 자신과 누이의 죽음을 늘 떠올려야 했고, 900년이 넘는 불멸의 세월 동안 곁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둘 떠나보낸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 때문에 도깨비는 오로지 소멸하고 싶어 도깨비 신부를 찾아다닌다. 기억을 간직한 채 시작된 불멸은 신의 선물이자 벌이었다.

써니(유인나)의 힘들고 아팠던 기억을 지웠다고 믿은 저승사자는 은탁(김고은)을 통해 써니에게 반지를 전한다.

하지만 써니는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지우려 했던 기억은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다. 나쁜 기억은 모두 잊으라 했지만, 써니에게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해야 했던 전생은 물론 현생에서의 만남과 데이트 등 비록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더라도 나쁜 기억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생을 거슬러 이들을 파국으로 모는 악귀 박중헌(김병철). 스스로 왕이 될 수 없었던 간신 박중헌은 비선 실세의 꿈을 안고 세 치 혀로 왕여를 조종한다.

900년이 지난 후에도 검은 혀를 날름거리며 악을 종용하고 도깨비에게 왕여의 존재를 알려 이들을 파국으로 내몬다.

하지만 기억을 되살린 저승사자는 처음으로 용기를 낸다.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묻고 도깨비 신부와의 행복한 기억을 간직한 채 도깨비는 비극적 운명 앞에 스스로 소멸을 택한다.

기억을 외면하는 수많은 이들을 바라봐야 하는 요즘, 신비로운 낭만 설화 <도깨비>에서 작가가 펼쳐 놓는 기억에 대한 변주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는 것이 최고의 형벌이 될 수도 있고, 아파도 기억하고 싶은 사랑이 있다.

명백한 증거와 증언 앞에서도 꿋꿋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그들을 대신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죄와 대면하도록 계속 물어야 한다.

다른 이유로 우리는 기억이 주는 선물을 깨닫는다. 기억하지 못해 사랑하지 못하는 것보다 아파도 기억하면서 사랑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심장에 칼을 꽂은 채 살아가야 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어쩌면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망각과 기억. 신이 내린 선물 가운데 무엇을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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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정 기자

    • 최규정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일합니다. 영화와 대중문화, 여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