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끌려 입문, 초·중·고 두각…"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오고 싶었다"

올 들어 계속되는 강추위에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원곡씨름장 내부는 훈련하는 씨름선수들 몸에서 나오는 열기로 온기가 돌았다. 서원곡씨름장에서는 경남대를 비롯해 창원시청, 인제대, 마산용마고, 김해신어중 등 씨름부 합동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 경남대 씨름부 용장급(90㎏ 이하) 강성인(19)을 만났다. 올해 울산강남고에서 경남대로 진학한 강성인은 지난 1일부터 경남대 씨름부 소속으로 본격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씨름은 지역마다 연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창원지역 선수들은 대개 마산중-용마고-경남대-창원시청으로 이어지는 진로를 밟는다. 울산지역 선수들은 방어진초-대송중-강남고-울산대로 연계 진학한다. 그래서 각급 지도자 사이에서는 타 지역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강성인은 "모제욱 감독님에게 배우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스스로 경남대 진학을 선택했다.

초중고 시절 전국소년체전, 전국체전, 학산김성률배 장사씨름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도맡다시피 한 그는 모 감독의 기술을 모두 제 것으로 만들어 금강장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남대 씨름선수 강성인.

- 씨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이들이 먹는 것에 약하잖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씨름부 주장을 하고 있던 친구가 같이 씨름해보자 해서 갔는데 감독님이 먹는 것도 많이 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시작했어요. 당시엔 키가 165㎝였는데 몸무게는 42㎏으로 삐쩍 말랐거든요. 씨름을 한다니까 주위에서 네가 무슨 씨름이냐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 부모님 반대도 심했을 것 같은데.

"7살 많은 형이 있는데 덩치가 좋았어요. 부모님이 씨름을 한다면 형이 해야지 네가 왜 하려고 하느냐고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씨름 팬이 되셨어요. 경기할 때마다 놀러오시고, 명절 장사씨름대회 같은 씨름대회 TV 중계하면 잘 챙겨보세요. 저한테는 계속 씨름하라고 하시고. 처음에는 많이 반대하셨는데 제가 대회 나가서 입상하고 우승하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 운동이 힘들지는 않나.

"선수를 하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재미있었어요. 남들을 모래판에 넘어뜨리는 게 재미있었어요. 대회에 나가 우승도 하니까 재미를 많이 느꼈죠. 운동을 하다보면 열심히 하는데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합니다. 지난해 우승을 한 번 했는데 생각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어요. 1, 2학년 때는 잘했는데 고3 때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운동밖에 모른다는데.

"운동은 진짜 열심히 하려고 해요. 개인운동도 많이 하고. 쉬는 날 집에 가면 건축업 하시는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거나 산에 갔다 옵니다. 개인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안 하면 제가 불안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쉬는 날에도 운동을 하게 됩니다. 가끔 친구들 만나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 때도 있어요."

- 울산대가 아닌 경남대로 진학한 이유는.

"원래 울산대를 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울산대 씨름 스타일이 저와는 안 맞았어요. 울산대는 들배지기 같은 덩치 큰 선수들에게 맞는 기술 위주예요. 저는 키가 작아서 신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손기술 같은 변칙기술을 주로 씁니다(용장급인 강성인은 키가 173㎝이다. 같은 체급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80㎝이다). 변칙기술은 경남대가 최고입니다. 모제욱 감독님의 변칙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고등학교 감독님에게 경남대 가고 싶다고 했죠. 주위에서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 대학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느끼는 점은.

"선배들 샅바를 잡아보니 제가 원했던 기술이 고등학교 때만큼은 잘 안 먹혀요. 노련미가 있으니 수를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연습을 많이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 씨름선수로서 목표는.

"모제욱 감독님이 롤모델입니다. 감독님은 한라장사를 14번이나 하셨어요. 감독님 선수시절 경기 동영상도 많이 돌려봤어요. 감독님께 많이 배워 실업팀에 들어가면 금강장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모 감독은 한라장사 우승 14회, 백호장사 2회, 번외대회 우승 1회 등 통산 17번 꽃가마를 탔다.)

강성인이 경남대로 올 줄 생각하지 못했던 모제욱 경남대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보물을 얻었다. 같은 체급에 있던 4학년생이 졸업해 팀 운영을 걱정했는데 성인이 덕에 앞으로 4년은 걱정 없다"며 제자를 치켜세웠다.

이어 모 감독은 "성인이는 키가 작아 들배지기 같은 큰 기술보다 변칙기술, 장기전 기술을 가르치려고 한다. 상대의 첫 기술에서 빠져나오는 기술만 익히면 올해 우승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좋게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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