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엄청난 부담이 되겠구나….'

박근혜 정권의 소위 '블랙리스트' '특정 인사 찍어내기' 논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은 각 정부 부처부터 각종 위원회, 공기업, 산하 기관에 새 사람을 배치할 것이다. 문화계를 비롯한 각종 단체·개개인에 대한 재정 지원 기준·방식 등도 새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한데 상상해 보라. 인사나 지원 과정에서 이념 색채·정치 성향과 관련한 논란이 조금만 불거져도 이른바 '우파(좌파) 적출'이니 '코드 인사'니 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지 않겠는가?

물론 새 대통령 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했다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 정치세력이나 인사·지원에서 배제된 개인 또는 단체가 가만 있겠나? 당장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와 뭐가 다르냐"고 공격할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해도 좋다.

특히 야권의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약속하고 탄생한 정권일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정쟁만 걱정되는 것이 아니다. 부패·기득권 세력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국민적 요구도 발목이 잡힐 것이다. 새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마음껏 쓸 수 없는데 강도 높은 개혁에 어떻게 힘이 실릴까? 더구나 '협치'니 '통합'이니 '연정'이 정치권 화두로 급부상하는 와중이다.

역사의 진전인지 후퇴인지 헷갈리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반대세력이 아무리 싫어도, 그들이 흉악하고 불법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강제로 '청산'하거나 '말살'할 방법은 없다.

대안을 하나 제시해본다면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 찬성을 명시한 방송법 등 개정안을 모든 정치세력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방법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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