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구혜선·안재현 커플 신혼생활 다큐식 방영
시골집서 여유있는 삶…누구도 간섭없는 비현실적 일상

세상은 어지럽지만 일상은 흘러간다.

밥벌이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한다. 그뿐인가. 시국은 그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주말마저 우리를 광장으로 내몰았다.

고달프다. 잠깐의 휴식마저 박탈당한 우리는 '쉼'이라는 단어와 자꾸 멀어지는 기분이다.

여행과 쿡방 등 흔한 예능적 소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해온 나영석 PD가 이번엔 신혼부부를 데리고 첩첩산중으로 들어갔다.

강원도 인제에 자리를 잡은 빨간 지붕 집.

마침 눈이 내려 더욱 고즈넉한 기운을 더하는 이곳에 이제 결혼한 지 7개월 된 부부가 함께한다.

실제 부부 구혜선과 안재현이 함께하는 tvN <신혼일기>(금 밤 9시 20분).

'신혼일기'는 차치하더라도 설원 속에 펼쳐보이는 평화로운 풍경과 이 부부가 보여주는 소소한 일상은 그 자체로도 위로가 된다.

사실 나 PD가 보여준 리얼 다큐 가운데 <신혼일기>는 가장 판타지에 가깝다.

첩첩산중 시골집에 강아지, 고양이와 부대끼면서 온종일 두 사람이 함께한다. 한 사람이 수제비를 만들면 다른 한 사람은 그 옆 식탁에 앉아 종이 접기를 한다.

집안에 온기를 더하고자 장작을 나르고, 맛있는 밥을 차려 먹는다. 피아노를 치고, 설거지 내기 배드민턴을 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가짜 사랑을 이벤트로 포장하고,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가상 결혼이나 가상 연애 프로그램이 주는 피로도에 지쳐 있던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상 같은 판타지는 거부감보다는 위로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여자는 집 주변을 돌아보며 굵직굵직한 정리를 해 나간다. 무거운 가구를 옮기려고 끙끙대고, 집안 보수도 여자가 먼저 나선다.

남자는 주로 부엌에 서 있다. 수제비를 만들고 설거지를 말끔히 한다.

여자의 요리는 창의적이다. 레시피에 따르기보다는 그때그때 재료를 활용해 최소한의 과정으로 뚝딱 해낸다.

남자는 육수에 넣을 멸치에서부터 정성을 기울인다.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멸치를 먼저 프라이팬에 볶아야 하는 과정을 빼놓지 않는다.

방귀를 트는 것도 여자가 먼저 했다. 남자는 여전히 수줍다.

항상 같이 있는 것이 좋을 신혼이지만 여자는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한다.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이 부부라는 생각을 하는 남자는 그런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깊어가는 겨울밤, 남자와 여자는 식탁에 마주하고 서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신혼일기>의 재미는 이 지점이다.

일상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집안을 살피고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꿀이 떨어질 듯 마주 보며 웃다가도 때론 갈등한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공기는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삼시세끼를 해결해야 하지만 생계에 대한 고민은 배제됐다. 시골집엔 오직 둘만이 존재한다. 그 누구도 이 둘의 결혼생활에 끼어들지 않는다. 최소한의 개입을 해 왔던 이전의 프로그램과 달리 제작진마저 완벽한 거리 두기를 한다.

<신혼일기>는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에서 잊고 있던 그 무언가를 자꾸 그리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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