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의 대부'고성 출신 큰 인물
조례까지 강행 시흥시 노력 본받아야

빈민운동 대부로 일컬어지는 제정구 선생 선양사업이 경남 고성군에서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도 시흥시에서 "고성군 대가면에 있는 제정구 선생 묘소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묘소 이전을 놓고 군내 반대 목소리가 높다. 앞서 제정구 선생 선양사업이 고향인 고성에서는 전혀 진행되지 않아 제 선생의 정신과 뜻을 기리는 선양사업 필요성은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반면 선생이 생전에 주로 활동했던 시흥시는 제정구 선생을 시흥 대표인물로 선정하고 선양사업을 통해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시민에게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성에 있는 묘소를 시흥으로 이전하고자 조례까지 개정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제정구 선생 고성기념사업회 이진만 회장과 고성포럼 정호용 전 회장 등은 지난 2월 고성군의회를 찾아 황보길 의장과 함께 제정구 선생 선양사업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고성군의회가 제정구 선생 묘소 이전을 반대하는 데 뜻을 함께해 달라고 요청하고 행정과 의회·사회단체·교육기관에서 전 군민을 대상으로 제정구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다.

제정구 선생은 1973년 청계천 판자촌의 현실을 목격한 후 배달학당을 열고 도시빈민운동을 펼쳤다. 1977년 서울 양평동 철거민과 함께 시다시 소래면으로 이주해 복음자리마을, 1979년에는 한독주택, 1985년 목화마을을 건설하며 현재 시흥시 기반을 닦았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1986년 선생의 정신적 동반자로 일컬어지는 정일우(존 데일리·미국 출생) 신부와 함께 막사이사이상을 받는 등 '빈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다.

제 선생은 지난 1944년 고성에서 태어나 지난 1999년 타계했다. 고성군은 그간 "청빈을 추구했던 제정구 선생의 생전 뜻에 따른다"는 이유로 선양사업 추진을 보류해왔다. 하지만 시흥시가 제정구 선생의 선양사업에 나서고 고성군민 역시 고성을 대표하는 인물인 제정구 선생의 묘소마저 시흥에 뺏길 위기라는 사실에 추모사업 추진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군에서도 구체적인 선양사업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의미 있는 간담회가 열렸다. 고성군의회와 제정구 선생 고성기념사업회·고성포럼·고성사랑회와 고성군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제정구 선생 선양사업을 논의했다. 뒤늦은 출발이지만 제 선생의 선양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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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들과 삶을 함께 나눈 큰 인물이 고성 출신임에도 어떠한 추모사업도 없이 손 놓고 있다가 다른 지역에 뺏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지역 내 여론이다. 지금이라도 제정구 선생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강연 등을 꾸준히 개발해 군민이나 향우 등 누구나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례 제정까지 강행하는 시흥시 노력과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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