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기 때문에 좋고 사랑할 수 있는 것
진정한 승리는 이김 포기하고 얻는 평화

지금 우리나라는 탄핵과 탄핵반대, 촛불과 태극기가 팽팽하게 맞서 있습니다. 헌재의 탄핵결정을 앞두고 이러한 상황은 더욱 가열돼 서로를 삼키려고 하지만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합니다. 모두가 탄핵 여부에 목을 매고 대선에서도 승리하려고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별것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들 난리입니까?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만큼 농락당했으면 됐지 또 무슨 일을 더 당하려고 자신은 보지 않고 남만 탓하려 합니까? 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이 많을 것이고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지혜를 찾아도 부족할 판인데 어찌 서로가 서로를 뽑아버리지 못해 안달입니까?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사람의 생각과 주의·주장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르기 때문에 적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차벽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촛불, 다른 쪽은 태극기만으로도 전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할 수 있을 텐데 분위기가 가열될수록 서로를 인정하고 각자의 품위를 지키기는커녕 서로가 자기 뜻만 옳고 다른 뜻은 인정하려고 않는다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싸움을 하면 이겨야 하고, 이기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전부가 아닙니다.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총과 칼, 힘으로 이기는 방법이 있고, 전술과 전략, 머리로 이기는 방법도 있고 또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많은 상처와 엄청난 손실을 통해서 거두는 승리가 있는가 하면 너무나 쉽게 얻는 승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거두는 승리인데 이것은 이기려는 것을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평화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기는 것이 선이라 믿고 또 우리 자신들이 선하다고 믿기 때문에 승리조차도 확신하는지 몰라도 이기려는 마음이 앞서는 곳에는 평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입으로는 평화를 외친다 하더라도 이기려는 마음이 앞서는 곳에는 평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이기려 하지 않고 내가 나를 내려놓을 때 평화가 가능한 것이지 내가 살아 있는 곳에는 평화가 평화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가정도 이 사회 어디서도 그리고 남북의 통일조차도 이기려는 마음이 꿈틀거리는 곳에는 평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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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야 하고, 포기해야 하고, 죽어야 평화가 가능합니다. 교회력으로는 올해 사순절이 3월 1일 성회수요일부터 4월 16일 부활주일 전까지 계속될 텐데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소위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라도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진실할 수 있기를 바라고, 이기는 십자가가 아니라 지는 십자가, 이기려는 조급함이 아니라 하늘을 두려워하고 약한 백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자신부터 먼저 내려놓고 여유로움이 기쁨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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