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사람들 '비참' 악순환
지금이 마지막 기회, 근본적 변혁을

찬바람이 유난히 불던 날, 저녁 늦게 마산 어느 복권방 앞을 지나다 로또를 사는 청년 몇 명을 보았습니다. 주고받는 이야기가 묘하게 서글펐습니다. "이거 한방이면 내 인생 확 필끼다!" "야! 야! 기다리바라. 다음 월요일에 내 안보이거든 당첨금 타서 이민 간 줄 알아라!" 기대 반 장난 반, 로또를 지갑에 조심스럽게 넣으며 청년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떠들어 댔습니다. 어느 시대나 복권이 있을 것이고, 복권에 인생 역전을 기대하는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2016년도 로또 등 복권판매액이 사상 최대 액수를 기록했다는 뉴스는 그냥 들리지 않습니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땀 흘려 돈을 벌기보단 일확천금을 바라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참 암울한 소식입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과 450만에 달하는 실질적 청년백수, 몇몇 개인 이익을 챙기기 위한 국정농단 등 혼란한 나라 상황이,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을 요행수로 내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댈 곳 없고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이 카지노, 도박, 복권이라는 한바탕 꿈에 돈을 날려 버리고 더 비참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거대한 변화는 촛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과연 이 위대한 혁명의 촛불을 가슴에 지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보여도,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잠시 불다 그치는 바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정신적 아버지인 간디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 가지 죄가 있다고 했습니다. "노력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기도, 원칙 없는 정치"입니다. 첫째, 노력 없는 부는 이익창출에만 목을 매고 한국사회를 자기들 마음대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재벌들의 행태를 고발합니다. 복권과 노름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는 서민들은 노력 없이 부를 가지려 하기보다, 노력해도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자 자포자기의 한 모습입니다. 둘째, 양심 없는 쾌락은 가진 자들이 나눌 줄 모르고 자기 부류만을 위해서 돈을 들여 행하는 온갖 쾌락에 대한 경고입니다. 셋째, 인격 없는 지식은 알량한 학벌과 지식으로 권력에 빌붙어 약한 자를 괴롭히는 자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입니다. 넷째, 도덕성 없는 상업은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여 서민들을 죽이는 행태를 나무라고, 인성 없는 과학은 기술이나 의술 등을 이용하여 자기 배만 채우는 사람들을 나무라고, 희생 없는 기도는 자신이 믿는 신보다 물질을 더 숭배하는 종교인들의 기만을 폭로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칙 없는 정치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이렇게나 망쳐놓은 일차적 책임이 정치인들에게 있음을 심판하고 있습니다. 먼 나라 사람 간디의 말을 통하여 오늘 우리 자신을 돌아보니 부끄럽기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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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근본적 치유와 변혁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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