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상반기 최대 위기 맞은 경남 조선업 (1) STX조선·성동조선·SPP조선 가보니
STX조선 55척서 18척 남아 내달부터 1년여 순환휴직
SPP조선 일감 없어 올스톱
성동조선 계약취소 통보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지난해부터 약 6개월간 이어진 탄핵 정국이 정점을 찍었다. 탄핵 정국 속에서 국내 경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시중은행 대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증가, 사상 최대 가계 빚 위기 고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 가시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수출과 외환 불확실성 증가 등 국내외 폭탄에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다 최근 20년간 세계 조선업 사상 유래없는 수주 절벽을 맞아 올해 상반기 도내 주요 조선사들이 사실상 폐업, 직원 순환 휴직을 하는 등 경남의 조선업 위기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올해 지역경제 최대 악재가 될 조선산업 현장을 찾아 현재 상황을 긴급 점검해고보자 한다.

지난 9일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죽곡동 일대 STX조선해양 창원(진해)공장에 부는 바람에는 아직 찬기가 가시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50분, 평소와 전혀 다른 풍경이 벌어졌다. 오후 5시가 되자 이들은 일제히 퇴근을 서둘렀다. 열 번가량 이곳을 찾은 기자로서는 무척 낯선 모습이었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진해 STX조선해양, 통영 성동조선해양 등 지역과 업체를 가리지 않고 조선소 현장직은 보통 오전 8시까지 출근해 1시간 초과노동을 관행적으로 하고서 오후 6시가 돼야 퇴근하는데, 이날 퇴근시각은 오후 5시였다. 그만큼 일감이 줄었다는 방증이었다. 일감이 준 상황에서 1시간 초과노동을 하지 않고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통영시 광도면 안정공단 내 성동조선해양 모습. /이시우 기자

블록을 만들기 전 이에 알맞게 철판(후판)을 절단하는 공장은 아직 돌아가고 있었지만 일하는 사람 수는 확연하게 줄었다. 지난해 5월 기업회생절차 신청 당시 수주잔량은 55척이었지만 현재는 18척만 남았다. 17척을 계약 취소하고 남은 38척 중 20척은 건조를 마치고 선주사에 인도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최종 기업회생안 통과 여부를 결정할 2·3차 관계인 집회를 앞두고 진통 끝에 현장직 직원 순환휴직기간을 2개월 늘리되 희망퇴직자 이외 추가 인력감축은 하지 않기로 노사합의했다. 노사 합의에 따라 다음 달부터 현장직을 포함한 전 직원이 내년 6월까지 순환휴직을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사무·설계직은 이미 순환휴직을 하고 있다. 노사합의 사항이라서 큰 동요는 없지만 또 다른 문제는 13일 현재 2500여 명 규모인 사내 협력사 직원(사내 하청노동자)이 선행 공정 작업을 맡은 이들 우선으로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돼 사내 협력사 직원이 하루 6만 원 한도 내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휴업(실직) 수당의 4분의 3까지 6개월간 받을 수 있어 불행 중 다행이지만 6개월 뒤에는 이 수당조차 못 받는 실직자 신세가 된다. STX조선해양이 얼마나 빨리 수주를 재개하느냐에 따라 사내 협력사 직원 실직 기간이 좌우되는 셈이다.

지난 10일 찾은 통영시 광도면 덕포리 SPP조선 덕포의장공장의 플로팅 독(바다 위에 암벽과 암벽 크레인을 설치한 독)은 멀리서도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유난히 심하게 불던 바닷바람은 풍경을 더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이 덕포의장 공장은 SPP조선 사천조선소에서 만든 배를 이곳으로 이동시켜 덱 하우스 등 최종 의장품을 조립하는 SPP조선의 마지막 공정이 이뤄지던 곳이다. 이곳에 배가 없다는 건 앞선 작업을 하는 SPP 사천공장은 이미 멈춰 섰음을 뜻한다. 실제 SPP조선의 마지막 일감이던 석유제품선은 지난달 말 인도돼 사천공장과 통영 덕포의장 공장은 아예 멈춰 섰다. 일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SM그룹과 채권단의 인수 협상 불발, 채권단 간 선수금환급보증서(RG) 발급을 둘러싼 갈등이 겹치면서 SPP조선 회생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인근 통영 광도면 안정공단 내 성동조선해양은 각 독에 배가 건조되고 곳곳에 작업을 앞둔 블록들이 즐비해 STX조선해양과 SPP조선보다는 훨씬 활기차 보였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이곳도 선행 공정을 중심으로 예전보다는 일감이 줄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현재 수주 잔량은 22척으로 도내 다른 중형조선사보다는 많지만 지난해 12월 그리스 선주사와 계약한 아프라막스급 탱커 수주가 선주사의 선박 펀딩에 실패로 계약이 취소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달부터 320명이 순환 휴직에 들어가는 등 오는 8월까지 순환휴직을 할 계획이어서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 관계자는 "휴직을 시작한 조합원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숨길 수 없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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