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상반기 최대 위기 맞은 경남 조선업] (2-1) 경남 주요 조선업체 상황은-중형조선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올 2월 초 펴낸 <중형조선사 2016년도 4분기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소 수주액은 2015년과 비교해 72.2% 감소한 3억 7000만 달러, 수주량은 19만 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보다 79.2% 감소했다.

한진중·대한·대선·연수와 함께 경남지역 4개사인 성동·STX·SPP·한국야나세(통영조선소·옛 삼호조선) 등 8개 조선소가 중형조선소로 분류된다. 이들 8개 중형조선소의 작년 수주 실적은 탱커 위주로 14척에 불과했다. 국내 중형조선소는 2007년 262억 1000만 달러, 국내 조선업 전체 수주액의 26.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3억 7000만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9.5%에 머물 정도로 규모가 줄었다.

8개 중형조선사 중 도내 4개사는 성동조선이 지난해 6월 중대형 탱커 4척, 한국야나세가 소형 탱커 1척만 수주할 정도로 수주 가뭄에 시달렸다. 법원으로부터 회생 인가를 받고 최종 회생안을 이행 중인 STX조선해양,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일감이 모두 소진돼 조선소가 멈춘 SPP조선, 주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어 정상화를 밟지만 수주 절벽 앞에 어려움을 겪는 성동조선해양 등 모두에게 올 상반기는 무척 힘겨운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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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 = 창원 R&D 센터, 진해 사원아파트 등 비핵심자산 매각과 함께 STX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수주가 절실하다. STX조선은 회생안에서 올해 수주 목표를 7척으로 잡았다. 건조 중인 18척도 올 연말이면 1척을 빼고 다 빠진다. 18척 중 7∼8척은 마무리 작업 중이어서 곧 인도된다. 인도가 되면 헤비테일 방식 계약에 따라 전체 배값의 50∼60%를 받게 돼 채무 변제와 회생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일감이 줄어든다. 보통 배 한 척을 수주하면 설계를 마치고 자재 발주를 하며 실제 배가 건조되기까지 최소 6∼7개월에서 1년가량 걸린다. 지금 당장 수주해도 실제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려면 짧게는 내년 1월, 길게는 내년 3월은 돼야 한다. STX조선은 다음 달부터 내년 6월까지 설계·관리직(연봉직)이 6개월 유급 휴직, 현장직이 6개월 유급 휴직에 2개월 무급휴직을 더해 순환 휴직을 시행한다. 설계·관리직은 지난해 회사가 제시한 만큼 인력 감축을 했지만 현장직은 2개월 무급 휴직을 추가해 고통 분담을 함께하기로 해 직종별 휴직 기간이 다르다. 14일 기준 이 회사 정규직은 1400여 명으로 현장직과 설계·관리직이 약 반반이다. 사내 협력사 직원(사내 하청노동자)은 약 2500명으로 지난해 12월 초와 비교해도 약 500명이 줄었다. 올 상반기 수주가 없으면 하반기부터 사내 협력사 직원의 대량 실직이 발생할 형편이다.

선행 공정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부터 일감이 급격하게 줄어들 상황이며 선행 공정 담당 사외 협력사들도 곧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올 상반기 수주 여부는 진해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성동조선해양 = 채권단과 자율협약, 삼성중공업과 경영 협약을 맺으며 기업 회생 중인 STX조선보다는 그나마 처지가 나은 성동조선해양도 계속되는 수주 가뭄으로 평균임금의 70%를 받는 유급휴직을 3월부터 시행했다. 이 유급휴직은 8월까지 이어진다. 직영(정규직) 직원 약 1500명(현장직 900여 명, 관리·설계직 550명) 중 320명이 순환휴직 중이다. 정규직 순환휴직에 따라 사내협력사 직원 3600∼3700여 명도 실직이 이어질 전망이다. 성동도 올 연말이면 현재 22척의 수주잔량 중 대부분 건조를 끝내는 만큼 상반기 수주가 급선무다. 수주가 여의치 않으면 STX조선보다 약 1000명 더 많은 사내 협력사 직원들이 선행 공정부터 실직하게 된다. 대규모 실직을 막으려면 신규 선박 수주가 절실하다.

◇SPP조선 = 지난달 말 석유제품선을 끝으로 일감이 동난 SPP조선 사천조선소와 통영 덕포의장 공장은 이미 멈췄다.

지난해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M&A 협상 도중 우발 채무 발생 등으로 결렬되면서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감이 전혀 없어 최근 240여 명의 인력 구조조정도 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통영조선소와 여수 율촌공장은 매각을 추진하되 동일 생산라인인 사천조선소와 통영 덕포의장 공장은 서둘러 매각하지 않을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4일 "사천과 덕포의장 공장은 조선경기 추이를 보면서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임금과 상거래 채무는 채권단에서 다 정리해 서둘러 청산할 필요는 없다"며 "경기가 살아나면 M&A를 재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해 당장 청산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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