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상반기 최대 위기 맞은 경남 조선업] (2-2) 경남 주요 조선업체 상황은-대형조선소
거제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부족
'4월 위기설'도 나돌아
올해 수주 개선 엿보여도
회사채 만기·자금 확보 '비상'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이 3·1절 다음날인 지난 2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다. 금융위는 겉으로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달라"는 당부를 하고자 찾았다고 했지만 금융당국 수장 방문은 다음 달부터 유동성 위기를 맞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을 간접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연합뉴스>는 지난 12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해 가져가지 않는 드릴십(시추선) 2기에 대한 인도 협상 결과에 따라 조 단위 수준의 '브리지 론(단기 대출)'을 지원할 수 있고 내년까지 수조 원의 추가 지원도 있을 수 있다는 전망 기사를 냈다.

금융위는 다음 날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며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정해 검토한 적이 없어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지만 지원과 관련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언론과 금융당국 등이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지원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추가 지원에 대한 저울질이 계속된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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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해 국내 조선해양 빅 3사의 사상 최악이던 수주 상황과 직결된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수주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조선해양산업 시황이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

경남 거제의 양대 조선사 회복도 그만큼 더디다는 말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두고는 4월 위기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조선해양 빅 3사의 지난해 수주액은 연초 목표액에서 한참 모자랐다. 지난해 대형 3사는 목표치의 37% 수준인 72억 달러 수주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은 108억 달러 목표에 15억 5000만 달러(14.6%), 삼성중공업이 125억 달러 목표에 겨우 5억 2000만 달러(4.2%)만 수주했다. 올해 3사 수주액 목표는 현대중공업 75억 달러(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비조선 제외), 삼성중공업은 60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55억 달러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마샬아일랜드 지역선주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4144억 원에 수주했다. 지난달 8일에는 미국 엑셀러레이트에너지사와 LNG-FSRU 7척에 대한 건조의향서를 체결하고 1척은 우선 발주 협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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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6척 추가 발주 옵션이 포함돼 있어 현재 FSRU 시장 가격이 2800억 원임을 고려하면 옵션까지 계약으로 이어지면 전체 수주 규모는 1조 9600억 원에 이른다. 이 계약 성사 시 올해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전체 수주액을 훌쩍 넘어선다.

문제는 심각한 단기 유동성 위기다. 내달 21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 원을 시작으로 7월 3000억 원, 11월 20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올해만 9400억 원이며 내년 3월 3500억 원, 4월 600억 원이 각각 만기 도래해 앞으로 1년 1개월간 갚을 회사채 규모만 1조 3500억 원에 이른다.

사실상 시중은행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인도를 통한 유동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 드릴십 인도 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을 8000억 원 정도로 본다.

여기에 월 6000억∼7000억 원에 이르는 운영자금 확보도 문제다.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015년 투입을 결정해 소진 직전인 자금 4조 2000억 원 이외 추가 자금 투입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파산 시 손실 규모는 건조 선박에 투입돼 회수 불가능한 자금 26조 2000억 원, 금융채무·회사채 약 22조 원, 협력업체 거래금액 5조 원 등 약 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직영·사내외 하청업체 직원 등 적게는 4만 명, 많게는 5만 명이 실직자로 전락해 경남 경제에는 매머드급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3사 중 지난해 수주 실적이 가장 좋지 않았던 삼성중공업은 그나마 연초부터 해양플랜트 수주가 이어지며 위기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선제적인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독 1기 처분) 등으로 올해 수주액이 목표치에 근접하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중은 올 1월 초 오일메이저 BP사로부터 '매드도그(Mad Dog)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를 약 1조 5000억 원에 수주하고, 1월 중순에는 노르웨이 호그 LNG사로부터 17만㎥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FSRU) 1척을 약 2700억 원에 수주했다.

올 들어 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수주로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을 만회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 부진으로 대형 3사 중 수주 잔량이 가장 적은 점이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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