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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봄날의 노래

2017년 03월 16일(목)
황무현 조각가 webmaster@idomin.com

봄이 왔다! 노래를 따라 봄이 왔지만 미처 오는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아버지가 먼 길을 떠나셨다. 마침 때를 맞춰 아버지의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헌법재판관들은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 윤리법 등을 준수해야 하는 대통령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고, 파면으로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그렇게 아버지의 시대가 지고 있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감정을 따라 노래가 흐른다. 노래를 의미까지 헤아리며 들어야 한다면 그 또한 지겹고 피곤한 일이겠으나 핑크 플로이드가 억압의 모든 '벽'을 거부하며 부른 벽 속의 또 다른 벽 'Another Brick in the Wall'이 흐른다. 봄날의 혁명을 '상상한' 불온한 노래들도 들리고, 밥 딜런의 간단명료한 메시지도 들린다.

'지금 정상에 선 자들은 훗날 끝자락이 되리라.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 격동의 한가운데에 'The times they are a-changin' (1964)이 있었다. 그는 시종 매서운 어조로 '바뀌어야 함'을 역설했다. 사람들, 작가와 비평가들, 국회의원과 정치인들, 세상 모든 부모들, 지금 정상에 선 자들이 모두 경고의 대상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흐름에 발맞추지 않는다면 이내 가라앉고 패자가 될 것임을 일갈했다.

그러나 희망과 달리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았다. 산업화의 시대, 민주화의 시대, 그 시대를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이들에게 꼰대의 냄새가 나고 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소통은 안중에도 없고, '우리 때는 말이야'라고 시작되는 연설에 열심이다.

시대는 바뀌어야 한다. 꼰대의 시대는 봄날의 거름이 되어야 한다. 존경심을 구걸하는 사람,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 자리를 탐하는 사람, 게다가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거름이 되어야 새로운 싹이 돋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의미가 변질되고 소비되면서 유통과정은 다분히 폭력적이다. 맥락은 뿌리째 잘려나가고 의사소통은 혼란스럽다. 대통령 파면의 동조자들이 부르는 고성방가를 어찌 노래라 할 수 있겠는가! 이를테면 한심한 궤변에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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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래를 따라 봄이 왔다. 고백하자면 아버지는 벽이었다. 한 번도 같은 편이 되어보지 못한 아버지! 질풍노도의 시간에도 한 번도 대들어보지 못했고, 부전자전으로 짧은 대화 긴 침묵이 일쑤였다.

그럼에도 아버지! 먼 길 가신 뒤 아쉬운 것이 많지만 다시 뵈면 따뜻한 물 받아서 등을 밀어드려야겠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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