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충전 선수금 문제 진단 (상)
경남 작년 기준 약 24억 추정…정확한 규모·정보 불투명
부산·서울 등 장기 미사용 충전금 지자체로 환원 '눈길'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교통카드 충전 선수금이 경남에서만 수십억 원에 이른다. 이에 이 돈을 교통카드 업체 '쌈짓돈'으로 둘 게 아니라 공익 목적으로 환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남도는 2016년을 기준으로 5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교통카드 충전 선수금이 경남 지역에서만 약 24억 원이라고 추정했다. 상품권은 상법에 따라 5년이 지나면 채권이 소멸되지만 교통카드는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환급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돈은 해마다 카드 업체에 쌓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서울시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한국스마트카드가 보유한 티머니 교통카드 충전잔액 및 이자에 대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는 처분 지시가 있은 후 충전 잔액이 사회 문제로 대두한 바 있다.

교통카드 업체에 장기 미사용 충전선수금이 많게는 수백억 원이 쌓여있는 걸로 보이지만 여전히 정보는 투명하지 않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5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충전선수금이 64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사용 충전선수금 규모는 한국스마트카드가 251억 원, 이비카드 133억 원, 마이비 123억 원, 부산 하나로카드 81억 원이었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다. 선불 교통카드는 무기명인 데다 사용 지역을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그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통카드 업체가 '영업 비밀' 뒤에 숨어 알려주지 않으면 이 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도 관계자는 "교통카드 회사가 계약을 맺은 지자체에 수익이나 충전선수금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는다"며 "2016년 기준 도내 장기 미사용 충전 선수금도 도가 교통카드 사용량으로 산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도는 충전 선수금 환불을 적극 유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선불 교통카드 장기 미사용 충전금(충전선수금) 찾아주기 사업'이 그것이다. 도는 사용자가 잔액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지역 편의점과 창원, 진주, 김해 등 경남 8개 지역 시내버스 내부에 ㈜마이비에서 제작한 환불 봉투를 전국 최초로 비치했다.

하지만 충전 선수금을 사용자에게 모두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카드를 분실하거나 잔액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라 카드를 방치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미사용 충전 선수금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도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사회 환원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충전선수금은 개인 재산이라 소유자가 요청할 경우 환급해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교통카드 업체에 돈을 달라고 하거나 사회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부산시는 교통카드 업체와 2015년부터 24년간 총 120억 원을 사회에 출연하는 협약을 맺었다. 협약으로 대중교통 복지 증진을 전담하는 '부산광역시대중교통시민기금'이라는 비영리 법인도 설립했다. 장기 미사용 교통카드 충전선수금을 지자체가 바로 환수하는 게 아니라 그 규모를 환산해 교통카드 업체로부터 출연 받는 방식이다.

한국스마트카드 주식 36%를 보유한 서울시는 2013년 업체와 협약을 통해 장기 미사용 충전선수금뿐 아니라 충전선수금에서 발생한 해당 연도 이자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하선영(자유한국당·김해5) 도의원은 지자체 의지를 강조했다.

하 의원은 "교통카드 회사가 충전선수금으로 받는 이자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며 "지자체가 다른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교통카드 회사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는 충전선수금을 사회로 환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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