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정·기회 균등이 로마 발전 동기
'흥망성쇠'…황제정 되면서 쇠락길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뒤돌아보면 70~8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과 87년 이후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그 결과 우리는 OECD 가입국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한순간 반짝했다가 사라진 나라의 전철을 밟게 될지 아니면 국제 사회에서 비중 있는 정치외교적 강국을 형성할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고민의 결과 10년 전부터 고대 로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대 로마에 매료된 것은 두 가지 사실 때문이었다. 첫째는 로마와 같이 오랫동안 거대한 제국을 유지했던 나라는 흔치 않고 거의 없다. 진나라의 시황제처럼 거대한 나라를 단기간 건설한 경우도 흔치 않지만 오래 유지하는 것은 몇 배나 어렵다고 생각했다. 둘째로 로마 초기의 공화정 체제가 갖는 예외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BC 509년부터 BC 31년까지 500여 년 동안 지구 상에는 군주정이나 귀족정이 일반적이었고 공화정은 당연히 희귀했고 예외적이었다. 오랫동안 비상한 이유로 우선 공화정과 자유에 관해 말하고 싶다. 로마에서 로마 시민의 시민권 확대 과정으로 계급과 계층 갈등이 계속됐으며 이를 두고 몽테스키외는 왕정의 조화나 침묵보다 공화정의 자유와 시끌벅적함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그리하여 로마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그리고 귀족이 독점하던 관직을 경제계급과 평민에게 개방하는 완만하고 안정된 개혁을 지속했다. 이로써 모든 구성원에게 국가 건설에 동참할 충분한 동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강한 나라가 된 두 번째 이유로 기회균등을 말하고 싶다. BC 367년에 만들어진 리키니우스 법에 따르면 공화국 정부의 모든 요직을 경제계급과 평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후부터 평민 출신이라 하더라도 경험과 능력이 뛰어난 자라면 누구라도 세습과 상관없이 집정관을 비롯한 주요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회의 균등이야말로 오랫동안 멀리까지 성장하는 로마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이건혁.jpg

사실 고대 로마가 대제국을 형성했지만 모든 사물은 흥망성쇠를 거친다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학자는 로마 시민의식의 실종과 공화정의 붕괴로 말미암아 제국의 쇠락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몽테스키외는 "제국의 융성이 공화국을 멸명시켰다"고 주장했다. 부연하면 장기간에 걸친 제국의 건설 과정으로 말미암아 알프스와 바다 건너 전쟁을 수행했던 병사들은 시민정신을 잃어갔고 그들을 이끌었던 장군, 즉 술라나 마리우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의 병사로 전락했다. 로마 시민이 사병으로 전락하면서 나타난 유력한 장군 혹은 정치가는 원로원의 권능과 지혜를 무시하고 공화국은 붕괴되면서 황제정으로 이전해갔다. 황제정체 이후 500년 동안 황제가 로마제국을 다스렸지만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도 앞으로 높은 파도와 많은 부침을 겪겠지만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건전한 시민의 육성과 법에 의한 통치라는 운영 원리를 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