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만에 찾아낸 환급 봉투…로또 1등 맞은 기분이 이럴까
고작 190원 환급 받으려 이래야 하나 자괴감 들어

2017년 2월 22일. 퇴근길 버스 안에서 '캐시비/마이비 잔액' 환불 안내를 보게 됐다. 걸이형인데 걸이가 부러져서 안 쓰는 마이비 교통카드가 생각났다. 환불을 받으려면 환불봉투가 필요하단다. 그런데 버스에 봉투가 없다. 플라스틱 거치대가 파손돼 있다. 날카로워 위험해보인다.

3월 1일. 환불봉투 찾아 삼만리. 시내버스에서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편의점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창원 성산구 상남동 편의점 4곳을 갔는데. 세상에! 없다! 빈손으로 돌아가자니 아쉬워서 교통카드에 남아 있는 잔액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190원이었다. 1900원도 아니고, 190원이었다.

교통카드 충전선수금 환급 봉투와 내용물. 접수증은 동봉용·고객보관용으로 두 장이다. 우편요금은 수취인 부담. /우보라 기자

3월 2일. 퇴근길 제일교통 703번 좌석버스 안에서 하나 남은 환불봉투를 발견했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로또 맞은 느낌이 이런 걸까. 앞으로 출근길 버스에서 환불봉투 유무로 하루 운을 점쳐보기로 한다.

3월 3~7일. 일이 많다. 물론 사장님이나, 이사님이나, 편집국장님이나, 부장님이나, 캡이 보라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아니다. 절대, 결코, 아니다. (강한 부정은?) 여하튼 환불 봉투에 들어있는 접수증을 쓰고 이를 보내는 과정이 너무 귀찮다. '190원 없어도 사는데'라는 생각이 마구 몰려온다. 아, 이 기간에 한 버스에서 환불봉투를 봤다. 이 버스에는 환불봉투가 무려 두 장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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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우보라 기자가 교통카드 충전선수금 환급 접수증을 쓰고 있다. / 우보라 기자

3월 8일. 접수증을 쓰고 선불 카드를 봉투에 넣고 우체국에 가서 발송. 인터넷에서 본 문구가 생각난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 보지 말자.'

3월 13일. 190원이 계좌로 입금됐다. 입금됐다고 알려주는 문자 메시지도 왔다.

3월 14일. 교통카드 회사 누리집을 살피다가 지난 1월 말부터 환불양식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된 걸 알았다. 그동안 내가 이러려고 봉투를 찾아다녔나 자괴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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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2일 시내버스 안 교통카드 충전선수금 환급 봉투 거치대가 파손돼 있다. /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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