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사교육 창의적 학습의지 꺾어
근원적 해결 위해선 소득격차 줄여야

사교육 열풍이 거세다. 통계청은 지난 14일 2016년 초·중·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5만 6000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평균 사교육비로 50만 원 이상 지출한 학생이 17.1%였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67.8%만 계산하면 1인당 사교육비는 37만 8000원이고, 사교육비 총액은 18조 원에 달했다. 고교생은 학생 수가 전년 대비 3만 6000명 줄었지만, 사교육 참여율이 50.2%에서 52.4%로 상승하면서 사교육비는 3200억 원 증가했다. 학생부 전형이라는 대학 입시제도의 영향 때문이다.

학원 사교육은 초·중·고에 한정되지 않는다. 3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며, 다섯 살배기 10명 중 8명이 매일 사교육을 받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대학생들도 물리·수학 등 전공과목 보충수업을 입시학원에서 받는다.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도 학원에서 한다. 지난해 학원·기관 수강 취업준비생은 22만 7000명에 달했다.

사교육은 좋지 않은 교육방식이다.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닌 떠밀려 하는 공부는 효과가 없다. 어릴 때부터 주입식으로 하면 금세 지치고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학습클리닉을 운영하는 김미현 인지심리학 박사에 따르면 공부 스트레스를 받은 뇌는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뇌는 '편한 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좇는다. 사교육은 뇌가 편한 공부법을 알려주어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공부, 무리한 선행학습, 개념이해를 건너뛴 공부 등의 '가짜 공부'를 뇌는 좋아하지 않는다.

학원에서는 진도를 위해서 장시간 고민하는 문제를 풀게 하지 않고 많은 문제를 풀게 한 후 풀이를 외우게 한다. 이것은 뇌를 자극하는 창의적 학습능력을 꺾어버린다.

이제 단순 암기는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인간은 창의적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학원의 주입식 암기로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독서와 몸으로 하는 운동, 악기 다루기, 자연 관찰, 식물재배, 동물 돌보기 등의 경험은 재미를 줌으로써 뇌 발달을 돕는다.

학부모들은 남들 다하는 사교육 안 시키면 대학 입시와 취업에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녀를 학원에 보낸다. 같이 놀아줄 아이가 없어 학원에 보낸다. 학생들이 집에 있으면 컴퓨터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억지로 공부하도록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사교육 열풍을 잡으려면 다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오후 및 저녁 돌봄교실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방과후학교를 더욱 활성화해 예체능 교육도 풍부하고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고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도서관, 운동장, 수영장 등 체육시설을 주거단지 주변에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 민주당이 대선 공약으로 '사교육대책법'을 제정하여 기초학력·예체능도 공교육이 보장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이다.

사교육 열풍의 중요한 원인인 대학입시 과열을 해결하고자 국립대 네트워크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다. 대학 간 서열화를 완화해 사교육을 상당히 줄이는 효과가 클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얻는 일자리가 공공부문 내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임금과 소득이 크게 차이 난다. 이 좁은 일자리와 기회를 얻기 위한 무한 경쟁이 바로 사교육 열풍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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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교육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직업 간 임금과 소득 격차를 줄여서 독일처럼 학력과 관계없이 생애임금이 같아지도록 해야 한다. 대학졸업자는 고교 졸업자보다 근무기간이 짧아지므로 임금을 조금 더 받는 것이고 의사, 변호사 등 수련기간이 길어지면 그에 맞춰 보수를 더 받도록 하면 된다. 또한 고위 공직을 출세로 간주하도록 하는 부정부패를 없애는 것은 박근혜 파면 이후 적폐청산의 과제임과 동시에 사교육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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