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아니면 닭' 이중계산법 감동 못줘
혼미한 정국 일로매진이 대선 임전법

홍준표 지사가 특유의 입심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양아치 같은 친박을 의미한다는 '양박' 험담은 가히 수준급이라 할 만하다. 후배 검사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국회의원인 한 친박 의원의 비아냥을 맞받아 '걔니, 얘니' 하는 비하체로 깔아뭉갠 뱃심은 역시 그답다는 하마평을 받아 손색이 없다. 아마도 계산된 발언일 것이다. 뭔가 땅! 소리를 내지 않아서는 이 헝클어진 난세에 주목받거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다는 나름의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음이다. 자유한국당 경선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출정식을 열어 이목을 집중시켰으니 이제 대통령 권좌를 향한 일방향 전진만 남았을 뿐이다. 난마 같은 혼미 정국이 그를 다시 여의도로 불러들였다. 2017년의 3월, 나라는 시끄럽기 짝이 없지만 홍 지사에게는 일생일대의 호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대란대치라는 말이 술술 나오는 배경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모택동이 문화혁명에서 인용했다는 이 말의 가장 친절한 해석은 크게 어지러워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지만 용어동원력은 적시타로 인정받을만하다. 하기야 그런 순발력과 배포 없이 진군의 북소리를 울렸겠는가.

단번에 여론조사 순위가 상위로 도약하면서 보수 후보군 중 가장 주목 받는 위치로 올라선 홍 지사는 기세대로 나간다면 고지 점령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자기최면을 걸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어둠 속에서 비치는 한 가닥 희미한 빛줄기를 횃불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이 논점의 핵심이다. 모든 것을 걸라는 조언은 이 경우 최고의 덕담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홍 지사는 양다리를 걸치는 쪽으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다.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면 도로 지사 자리로 돌아오면 그만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용이 안되면 이무기라도 마다치 않겠다는 것이다. 그건 물론 배수진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수틀리면 물러나는 것도 주저치않겠다는 뜻이니 사즉생의 결의가 없음을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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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을 통틀어 과연 누가 진보 진영에 필적할 수 있는 후보인가 하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 윤곽이 드러났다. 중요한 건 진정성 유무다. 그걸 확인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다 잃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꿩 아니면 닭이라는 이중적 계산법으로는 유권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광역단체장에 미련을 두어 무슨 소용인가. 훨훨 벗어던지고 최고를 위해 일로매진의 대장정에 몸을 던지는 것, 그게 홍 지사다운 일념의 색깔이요 다른 후보들이 본받아 새겨둘 만한 대선 임전법일 것이다. 이왕 뛰어들었고 꼭 이기고 싶다면 지사직에 연연하지 말 것을 권한다. 돌아오겠다는 생각이 있는 한 대란대치는 이미 구두선으로 굴러 떨어져 저 홀로 돌아다니는 부랑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사자성어는 핍박받고 그걸 부르짖은 사람은 할 말이 없어진다. 가능성을 예약하고 싶다면 먼저 가진 것을 버려 가슴 저 깊은 곳의 순수성을 꺼내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손뼉치는 이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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