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설 첫 공연 시작
기악·노래 섞은 구성력 조순자 관장 해설 더해
관객 가곡 매력에 풍덩

좋은 음악은 물과 같다. 그릇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다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지난 16일 가곡 본질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이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창원시 마산회원구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 상설공연 '목요풍류' 첫 공연이 열렸다. 봄밤에 즐기는 풍류(춘야풍류)라는 주제였다.

프로그램 구성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공연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기악과 노래를 섞은 구성도 돋보였다. 지루할 틈 없는 조합이었다.

첫 곡인 기악 합주 '천년만세'는 총 세 악곡으로 구성된 합주였다.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들은 세밀한 조화를 선보였다.

거문고·가야금·피리·해금·대금·장구 가락이 느리게 흐르다 급변했다. 다시 느려지는 변곡점에서는 대금 독주가 매끄럽게 이음매 역할을 했다.

다음으로 여창 가곡 '바람은'이 이어졌다.

가곡 이수자 이유나, 전수장학생 변혜영·김참이는 기악 사이를 오가며 낭랑하고 청아하게 노래를 불렀다.

때로는 기악과 맞물려 한목소리를 냈다.

이어 가곡 이수자 신용호가 남창 가곡 '벽사창이'를 홀로 불렀다. 여창에는 없는 '언락'이다. '지르는 낙시조'라 불린다.

초장 첫마디부터 지르는 소리가 나왔다. 흡인력이 돋보이는 시작이었다. 이어지는 마디에서 높은 음이 반복됐다.

파격적인 초장이 끝났다. 초장과 반대로 마지막 5장까지 차분함이 이어졌다. 물결처럼 흔들리는 창법이 귀를 즐겁게 했다.

가곡만 이어졌다면 다소 허전할 법했다. 곧바로 악곡 '수룡음'이 이어졌다. 단소와 생황 병주였다. 생황이 깊고 부드러운 음색을 내고, 그 위로 고운 단소 가락이 어우러졌다.

생황은 17개 대나무 관대가 통에 박힌 관악기다.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국악기다. 단소와 생황 두 악기 병주임에도 풍성한 연주가 가능한 까닭이었다.

'수룡음'은 '물에서 노니는 용의 노래'라는 뜻이다. 생황은 수면 위에 튀어오르는 물방울인 듯, 용 춤사위인 듯 역동적인 음을 냈다.

가곡 우조 가락을 빌려 시조를 노래한 '나비야'는 여유가 묻어났고, 향피리 독주 '염양춘'은 호젓하면서 여운을 남겼다.

공연 마지막은 가사 '매화가'로 장식했는데, 이날 공연 모든 요소를 집약한 풍부함이 돋보이는 성악곡이었다.

공연 틈마다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인 가곡전수관 조순자 관장 해설이 이어져 관객 몰입을 도왔다.

목요풍류 첫 공연은 1시간이라는 짧은 순간에 긴 호흡을 지닌 가곡 매력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곡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가곡 매력을 잘 모르는 이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가곡전수관 '목요풍류' 공연은 오는 12월 14일까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청중을 찾는다.

모든 자리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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