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공백 외면·자치법 위반 시민단체·정당 일제히 비판
보선 결단·석고대죄 촉구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경남지사를 향한 도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사직 사퇴 압박이 거세다. 아울러 "지사직을 사퇴하더라도 도지사 보궐선거는 없도록 하겠다"는 홍 지사 주장을 두고도 "법의 맹점을 악용해 국민 참정권을 말살하고 헌법 기본 정신을 저해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정영훈)은 20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꼼수로 도민을 기만하는 홍준표 지사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민주당 도당은 먼저 홍 지사가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 대선 출마 선언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홍 지사는 그곳에서 "누구나 잘살 수 있는 경상남도를 만들었다", "경남미래 50년 사업으로 미래성장 동력도 충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도당은 이를 두고 "홍준표 도정 4년 3개월 동안 경남 경제는 무너지고 성장도 멈췄다"면서 "경남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꼴찌 수준"이라고 깎아내렸다.

도당은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경남 경제성장률 비교표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보면 2013년 전국 경제성장률이 2.9%인 반면 경남은 2%에 머물렀다. 2014년 전국이 3.3% 성장률을 보일 때 경남은 1%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2015년 전국 2.6%를 보일 때 경남은 0.3%라는 처참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도당은 "경남 핵심 경제지표가 이 모양인데도 홍 지사는 경남도정과 경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양 도민과 국민을 기만했다"며 "당장 도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지사는 김두관 전 지사가 대선 출마로 사퇴함에 따라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 나서 경남지사로 처음 당선됐다.

민주당 도당은 "자신이 한국당 대선 후보가 돼도 도지사 보궐선거는 없다"고 한 홍 지사 발언을 '비상식적인 언사'로 규정했다. 이들은 "홍 지사는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는 4월 9일 도의회 의장에게 통보하고 보선 사유인 경남선관위에 대한 통보는 4월 10일 하겠다는 논리"라며 "이는 현행 선거법 규정의 불명확성을 악용한 지저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정영훈 도당 위원장은 "홍 지사는 보궐선거 비용이 걱정된다지만 정말 그러하다면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간단한 일"이라며 "법에는 단체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으면 보궐선거를 치르게 돼 있다. 그럼에도 보선을 없도록 하겠다는 건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안혜린)도 논평을 내고 "홍준표 지사는 도지사감도 안 되므로 대선 후보에 나가지 말라는 게 그동안 우리 당 주장"이라며 "이왕 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이상 홍 지사는 더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즉시 도지사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도당은 "도지사 보선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홍 지사 속셈을 두 가지로 꼽았다.

△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탈락해 본선에 나가지 못하게 됐을 때 지사직을 그대로 유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본선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행정부지사가 지사직을 대행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도당은 이를 바탕으로 "대선에는 나가고 싶은데 어찌 될지 모르니 잘 안 되면 지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최소한 도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것"이라며 "개인 욕심만 내세운 이런 치졸하고 얄팍한 계산 때문에 경남도가 1년 2개월 동안 도지사 없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하고 다그쳤다.

이들은 아울러 "지방자치법상 홍 지사가 4월 9일 사임하려면 10일 전인 오는 30일까지는 도의회 의장에게 서면으로 사임 통지해야 한다"면서 "그리하지 않으면 홍 지사는 지방자치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수장이 지방자치법을 위반하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시민사회계에서는 하동참여자치연대가 나섰다. 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도지사 보선이 치러지지 않은 채 1년 2개월이 넘는 동안 도정공백 상태가 지속하면 새 정권에서 경남도 사업과 예산 확보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민에게 마지막 봉사는 꼼수사퇴가 아니라 자신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데 대한 진정어린 사과부터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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