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최소 3조 원 필요
금융위, 은행장 소집 주목
'밑 빠진 독 물붓기'지적도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23일 정부의 추가 자금 투입 여부 결정 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9일 창원을 찾아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야 한다"며 정부의 추가 자금 투입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점은 정부 부담을 한층 가볍게 해 추가 자금 투입으로 결론날 가능성을 높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4월까지 만기 도래 회사채가 1조 3500억 원에 이르고 매달 운영자금으로 6000억∼7000억 원이 필요하다. 당장 내달 21일 4400억 원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한다. 하지만, 회사 보유자금은 절대 부족해 금융권은 올 하반기 부족자금 규모가 최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정부 추가 자금 투입 시 최소 금액도 이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시중은행장을 모았다. 임 위원장이 지난 2일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은행장까지 소집하자 "추가 자금 투입 설득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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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서는 오는 5월 9일 대선을 눈앞에 두고 부담스러운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내달 21일부터 유동성 위기가 구체화해 자금 투입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추가 자금 지원을 둘러싼 정부 비판은 상당한 부담이다. 2015년 10월 4조 2000억 원 자금 투입을 하고서 정부는 줄곧 "이후 추가 신규자금 지원은 없고, 사업재편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고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혀 왔다. 당시 정부는 대우조선이 연간 최소 110억 달러 수준의 수주를 전제로 이 자금을 투입했다. 수주 규모는 이에 훨씬 못 미쳤고, 줄곧 신규 자금 투입 불가를 외치다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추가 자금을 투입하면 현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 원칙이 없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 정책을 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산업계와 금융권에선 산업 파급력이 컸던 한진해운 파산 사례를 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이든, 기업 회생 절차든 법적 강제성이 있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선주사의 계약 취소가 이어져 대략 13조 원에 이르는 RG콜(선수금 환급 요청)이 발생할 수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57조 원의 손실이 생기지만 1년만 버티면 23조 원이 회수된다"고 말했다. 또한, 파산 시 최대 5만 명(사내외 하청·기자재업체 포함)에 이르는 대규모 실직자 발생이 예상돼 정부로서는 어떻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대우조선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정 공백 시기에 책임 있는 결론을 내려면 관련 특위 구성으로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변수라면 차기 집권 가능성이 가장 큰 더불어민주당 내 최고 유력주자인 문재인 대선 예비후보가 한 정부 추가 자금 지원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이 발언이 채무 조정이나 추가 자금 지원에 부정적인 채권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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