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지 6년이 되는 날이다. 6년이 지난 일본은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6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주민 12만 명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 가설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한 학생이 왕따를 당해 학교를 그만두었고, 아이가 있는 주부는 남편을 두고 멀리 이사를 한다. 폭발한 원자로 상태를 확인하려고 '스코피온'이라는 로봇을 개발해 투입했으나 중심부에는 접근도 못 하고 작동을 멈췄다. 73시버트(Sv)에 견디도록 제작된 이 로봇은 530시버트의 엄청난 고농도 방사능에 멈춰 버린 것이다. 530시버트는 일반인 연간 피폭 허용치의 53만 배이다. 30초만 노출되어도 100% 사망하는 수치다.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데는 수십 년이 더 소요될 것이고, 그 비용은 최소 400조 원을 넘길 것이다.

영국 언론은 향후 방사선 피폭으로 말미암은 사망자가 100만 명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능으로 오염돼 앞으로 300년 동안 방사능 오염 식품을 먹고살아야 할 것이다. 수백만 명의 히바쿠샤(피폭자)는 결혼을 할 때 파혼을 걱정해야 하고, 아이를 출산할 때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것이다. 합천 원폭 피폭자들은 3세까지 고통받고 있다. 이렇게 핵사고는 미래 세대까지 고통을 안겨준다. 핵무기만 확산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 역시 금지해야 할 대상이다. 일본의 극우 총리였던 고이즈미는 총리 시절 핵발전소 건설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지금은 핵발전소 재가동 금지와 국외 수출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두 25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특히 활성단층지대에 원전이 밀집돼 아주 위험하다. 지난해 경주와 울산지진으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됐다. 활성단층에 대한 기초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원전이 건설됐다. 월성 원전은 지진 보강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하고, 35년 된 월성1호기는 안전성 보완이 미흡하고 절차도 지켜지지 않아 법원에서 승인 취소판결이 난 바 있다. 법원 판결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반성은커녕 항소하겠다면서 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원안위는 안전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으면 일단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의 올바른 자세이다.

산업부는 전기가 남아돌아 고민이다. 2011년 정전사태 이후 민간업자로 하여금 가스발전소를 수십 기 건설하도록 했지만 예상만큼 전기소비가 증가하지 않았다. 값싼 화력발전과 원전만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면 비싼 가스발전을 가동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민간 발전사들은 가동률이 떨어져 부도가 날 지경이 됐다. 그러므로 위험한 노후 원전 10기(781만 ㎾)는 즉시 가동을 멈추고 가스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다. 가스 발전은 원전 단가보다 Kwh당 60원 정도 비싸다. 전기요금 5.7% 인상하면(한 가정이 한 달 3000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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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남아돌자 정부는 요금을 인하해 전기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사용할 지경까지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해 신규 원전 건설을 계속 추진하고 화력발전소 10기까지 더 짓고 있다. 전기가 남아돌고 앞으로도 전기소비가 늘 가능성이 없는 데도 발전소를 계속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 일감주기다. 태양광·풍력산업은 고용 효과가 원자력의 30배이다. 화력·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당장 철회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핵발전소 신규 건설반대'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를 골라 선택하자. 국민의 안전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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