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세제 안쓰기 1년 피부 더욱 좋아져
자연생태계 부담 주는 화학제품 줄여야

지난해 '케미포비아(화학 공포증)'가 화제로 떠올랐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약에서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이 발견됐다. 이어 '친환경'이라는 과일·채소 세제에도 형광증백제가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살충·살균제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살상하는 화학약품이다. 아주 적은 양이라면 사람 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태계에서 돌고 돈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오늘 케미포비아 얘기를 꺼낸 것은 실제 생활해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는 얘기를 하고싶어서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피부가 건조해 고생을 많이 했다. 걸핏하면 두드러기가 솟고, 자동차 안전벨트를 매는 선을 따라 돌기가 솟으면서 가려워 긁다가 보니 아예 피부가 까맣게 변하기도 했다. 연수기도 써봤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보디로션이나 오일도 발라봤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병원도 수십 곳을 다녀봤지만, 반짝 효과만 있을 뿐 오히려 혈당치를 높이는 부작용이 더 크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 갑자기 화학제품을 안 써보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피부 건조증을 핑계로 샴푸, 보디워시, 클렌징 폼, 보디로션, 보디오일 등등 온갖 화학제품으로 몸을 씻고 관리했다. 어느 날 그 생각이 들자 그냥 다 끊어버렸다. 머리도 비누로 감고, 샤워도 비누로 했다. 더 나빠지거나 좋아지거나 복불복이라 생각하고 그리했다.

처음에는 머리를 감았는데도 기름기가 다 씻기지 않은 듯 불쾌감도 있었고, 피부도 더 거칠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고 보니 웬걸,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 몸이 알아서 적응을 하는 것이었다. 지난 1월 말까지 1년 동안 씻는 데는 오로지 비누만으로 살아보고는 2월부터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아예 비누도 쓰지 않고 살아볼까 싶어 처음 며칠은 머리 감는 데도 비누를 안 써봤다. 역시나 머리를 감지 않은 것 같은 불쾌감이 들었고, 1주일쯤 지나면 좋아지리라 생각했지만 그건 생각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발 양보해 머리 감고 세수하는 데만 비누를 쓰고 샤워는 그냥 하고 있다. 비누를 쓰지 않으면서 샤워할 때 샤워타월이나 이태리타월 같은 도구도 안 쓰고 있다. 그냥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러 때가 밀리면 밀리는 대로, 안 밀리면 안 밀리는 대로 물로 씻어내면 샤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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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활한 지 두 달 가까이 돼간다. 내 피부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두드러기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돋았고, 이유 없는 가려움증도 거의 없다.

샴푸가 환경오염을 많이 시키는지 비누가 덜 시키는지 알아보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처럼 이기적인 이유로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 실천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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