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에 손자까지 십여 명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모처럼 손자들 재롱까지 보다가 부모 자식 간에 탄핵과 대선이야기까지 발전했다. 막내 녀석이 느닷없이 아버지께서는 태극기와 촛불 중에서 어느 곳에 마음을 더 두고 계시느냐고 묻기에, 머뭇거림 없이 태극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더니, 그러실 줄 알았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의 의견 대립이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 학교, 가정에 까지도 나타난다고 열을 올린다.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지금까지 4~5차례 투표에 참가하면서 부모로서 국가가 처한 형편이나 사회의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어려움 때문에 부모와 같은 생각으로 투표를 한번 해 보자고 권해 보았지만, 결과는 한 번도 성취 못하고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아버지께서는 교직에서 평생을 보내셨기 때문에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하기에 '옳지 되었다'는 생각으로 급식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면서 무상급식을 반대한다고 했더니, 어안이 없는지 꽁무니를 빼면서 '오늘 결론도 못 얻겠고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하고 논쟁을 마쳤다.

진보와 보수는 인류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증진이라는 동일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지금까지 역사를 이끌어온 주축이다. 위에서 언급한 무상급식을 보수와 진보의 측면에서 깊이 생각해 보면, 무상급식은 학교에서 학생들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음식을 제공하는 제도로서 무상급식은 복지에 관한 문제다. 무상급식을 하려면 복지예산이 필요하다. 복지가 높아지려면 당연히 세금을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이 약 400조 원인데 그중 3분의 1이 복지 예산인데도 부족하다고 한다. 세금을 올리면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이 기업과 자본가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무상급식은 보수는 반대하고, 진보는 찬성하는 쪽이 될 것이다. 우선 기업과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이념자들은 무상급식을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보수 언론은 무상급식이 과도한 국가예산을 지출한다고 할 것이며, 이로 인해 세수 증가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무상급식이 시행되면 복지 수준이 향상되므로 사회적 약자인 서민들이 찬성할 것이다.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진보 이념자들은 무상급식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다. 무상급식 확대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노동자와 학생운동을 하는 단체는 적극적으로 동조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양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흔히 식자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색깔이 더 뚜렷하다. 보수와 진보는 단지 이념의 차이이지 요즘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적대시하며 불신해서도 안 된다. 그러한 사고는 삶을 부정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보수는 보존과 전통의 가치가 있고, 진보는 변화와 창조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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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표출이 너무 노골적이고 감정적이다. 인본주의 사상이나 인문학적 소견이 결여된 보수와 진보는 사상누각과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논리나 주장 등을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책임하게 인용하거나 지나치게 비약하는 꼴통인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안보나 경제 등 국가나 사회, 우리 개개인에게도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이 너무나 많다. 세상만사가 동전의 양면 같지는 않다. 보수도 좋고 진보도 좋지만 협치는 어떠한가? 중도는 어떠한지? 넓은 마음으로 중용은?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국가가 어려울 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저력 있는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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