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내 "이슈화 탁월"…문 측, 무시·무대응 일관

자유한국당 경선판을 주도하는 홍준표(경남도지사) 후보가 '오직 문재인만' 때리는 전략을 구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맞상대는 자신임을 부각하는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위축된 보수진영 재결집을 노린 '의도된 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작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간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기도 전인 지난달 28일 홍 후보는 "대법원 확정 판결(성완종 리스트 관련)이 출마에 걸림돌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문 후보는 물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한테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 출마 선언 직후 기자회견에서 "0.1% 가능성도 없지만 대법원 유죄가 되면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외려 경쟁자 공격 도구로 삼는, 상대 처지에서는 기가 막히나 피곤할 수밖에 없는 언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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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3월 18일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경남도청에서 경남의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따른 격론을 벌이다 씁쓸한 표정으로 헤어지고 있다./연합뉴스

한번 터진 홍 후보 입심은 멈출 줄 몰랐다.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21일에도 "지금 검찰이 눈치 보는 것은 딱 한 명이다. 그 사람이 구속하라면 구속하고 불구속하라면 불구속할 것"이라고 또다시 문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또 방송 인터뷰에 나와 "노 전 대통령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는 것은 막말 아닌 팩트"라고 거듭 주장하는가 하면, 22일 한국당 경선 토론회에서는 "노무현 정부는 뇌물로 시작해 뇌물로 끝난 정권"이라며 "그런 정부의 핵심에 2인자로 있던 사람이 어떻게 '적폐 청산'을 주장할 수 있나. 10년이 지났으니, 국민이 잊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뇌물 정권'을 세우겠다는 건가"라고 따졌다.

홍 후보의 '질주' 또는 '폭주'에 대한 한국당 내 반응은 나쁘지 않은 듯 보인다. 도내 한 의원은 "이슈를 만들어내고 주도하는 능력은 확실히 탁월하다"며 "박근혜 정권에 쏠린 시선을 단숨에 노무현 정부로 돌리지 않았느냐. 자신에게 불리한 의제를 유리하게 만드는 순발력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홍 후보의 발언들이 '일방적 외침'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후보 측은 후보 자신은 물론이고 캠프 차원에서도 쏟아지는 공세에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에서 문 후보가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너무나 부끄러운 말이어서 이런 문답을 주고받는 것도 좀 부끄럽게 느껴진다. 우리 정치에서 그런 수준 낮은 말들이 이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답한 게 유일하다.

민주당 차원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대변인 등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참여정부 민정수석 출신의 전해철 최고위원은 20일 "수년 전부터 계속된 홍 후보의 금도를 벗어난 막말 퍼레이드가 대선 출마로 더 심해졌다"며 "막말로 누구의 지지를 받는다는 건지 안타깝다. 여당 후보에 대한 국민적 외면 속에서 패륜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끌고 보수층 결집을 꾀하는 것이겠지만 국민 환멸만 산다"고 꼬집은 바 있다.

문 후보 측 대변인인 김경수(김해 을) 의원은 23일 전화 통화에서 "무대응·무시 전략이 맞다.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본선에서는 어떻게든 대응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홍 후보가 본선에 올라오는지 보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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