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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기] (4) 한국적 현대건축을 찾아

봄빛 남강에 터 잡은 김중업·김수근의 유산
한국적 아름다움 살린 '경남문화예술회관·국립진주박물관'
한옥의 시각적 요소·공간 활용 눈길
대각 배치돼 자연 일부 이뤄

2017년 03월 24일(금)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한국적'이란 말은 무엇인가. 한국에 고유하거나 알맞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적 현대건축은 무엇일까. 해답을 찾고자 진주로 향한다.

진주교에서 진양교 방향으로 걷는다. 남강변에 현대 건축물이 보인다. 한눈에 담기가 어려운 웅장함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이다.

경남문예회관은 1981년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한 건축가 작품이다. 그는 1922년 3월 9일 평양에서 태어났다. 30년 후 베네치아에서 르 코르뷔지에를 만난다. 현대 건축 이론의 선구자로 불리는 건축가다.

동양인 건축가는 프랑스 르 코르뷔지에 사무소에서 3년 반을 일한다. 1956년 귀국해 자신 이름을 딴 건축사무소를 차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벌인다.

1960년 그는 현대 한국건축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을 완성한다.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한국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주한 프랑스대사관이다. 건축가의 이름은 김중업.

경남문화예술회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남강 모습.

김중업은 생애 잦은 부침을 겪는다. 권위에 복종하지 않은 성격 때문이다.

"이렇듯 빛나는 김중업의 조형 시대에 점차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중략) 정부 정책에 불만이고, 상황에 비판적인데, 당시 정부는 3공화국 전체이다. 그는 줄곧 반골처럼 시대의 바람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항상 혼자처럼 보였다."(박길룡이 쓴 <한국 현대건축 평전> 가운데)

그는 박정희 정권 시책을 비판하다 1971년 프랑스로 떠난다. 8년 후인 1979년 귀국, 1988년 생을 마쳤으니 경남문예회관은 그의 후기 작품에 속한다.

진주성에 안긴 듯한 형태의 국립진주박물관.

경남문예회관 전망대에서 시선을 내린다. 주변에서 그 규모를 뽐내는 조형은 경남문예회관이 유일하다. 기단·몸체·지붕은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나뉜다. 지붕은 강조했고, 추녀의 선을 살렸다. 용마루도 보인다. 한옥의 시각 요소를 빌렸다. 생전 김중업이 질색하던 국수주의 조형이라는 모순이 함께한다.

방향을 틀어 다시 진주교를 지나 진주성으로 향한다. 도착한 곳은 국립진주박물관. 조형물은 본관, 별관, 사무동으로 구별된다. 수평을 이루는 건축물은 진주성 내에 안긴 형태로 평온한 인상을 준다.

진주성과 남강다리.

내부로 들어가면 마치 미로를 연상케 한다. 중앙에서 곧바로 2층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다시 1층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다시 중앙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3차원에 그려진 'ㄹ'자 형태다. 벽과 벽 사이 틈과 같은 자투리 공간도 쉬이 놀리지 않는다. 나무를 심든, 빛이 들어오게 하든, 그 공간만 떼어놓고 봐도 독립적인 매력이 느껴지도록 배치했다.

진주박물관 건축가는 김중업과 함께 한국 근대건축 축을 이루는 김수근이다. 김중업과 김수근은 생전 두 번 충돌한다. 1967년 <동아일보>는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부여박물관 정문이 일본 신사와 유사하다는 기사를 보도한다. 이른바 '부여박물관 양식 시비'다.

이때 김중업은 지면을 빌려 비평을 낸다. 그는 "건축물이란 엄연히 남아 후대에까지 욕을 먹을 수 없는 일이니, 깨끗이 자신의 입장을 밝혀 일시의 실수라고 결말짓는 것이 가장 건축가다운 행동이라고 믿는다"고 김수근을 향해 총구를 겨냥한다.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진주박물관.

결론적으로 논란은 부여박물관 부분 수정으로 일단락난다. 이후 둘은 한국문예진흥원 미술회관(김수근)으로 한 차례 더 충돌한다.

진주박물관에서 경남문예회관은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경남문예회관에서 진주박물관은 지붕 일부만 보인다. 남강이 굽어지는 탓이겠지만, 데면데면한 두 건축가의 관계를 상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김중업과 김수근의 삶은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다. 한 건축가는 체제 비판적인 태도를 고수했고, 한 건축가는 '남영동 대공분실' 설계로 폭력 구조를 극대화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럼에도 두 건축가는 건축으로 자연에 가까운 또 하나의 생명을 창조하고자 몰두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두 건축물은 남강을 사이에 두고 대각으로 배치돼 자연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날 걸은 거리 1.7㎞. 1416보.

김중업이 설계한 경남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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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