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의회가 2017년 애초 예산 중 0.85%(약 93억 원)를 삭감한 것을 두고 진주지역이 난리다. 삭감이 다뤄진 지난해 12월에는 진주시청 공무원들이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 난입했고, 기획예산과장은 예결위원인 한 시의원에게 "니가 그렇게 잘났어? 밤길 조심해"라는 막말을 쏟아내더니, 시정을 다루는 대부분 언론들이 시의회를 성토한다.

이어 삭감예산과 관련된 법정단체·관변단체·봉사단체·체육단체(이창희 시장이 회장인 단체)들은 시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가 비도덕적인 집단이나 되는 듯 매도한다. 예산 삭감이 있은 지 석 달여가 돼가는 현재까지도 시 공무원들은 시의회의 예산 삭감을 비난하는 칼럼을 언론에 싣는다. 한 달여 전부터는 일부 동 지역에서 지역자치위원회와 봉사단체가 일부 시의원의 자택 앞과 길거리 시위를 이어가며 예산삭감을 비난한다.

이창희 시장이 회장이면서 시로부터 실내수영장을 수의계약으로 위탁받아 운영 중인 민간 체육단체의 집행위원장(진주시체육회 사무국장 겸임, 1년 전 진주시 체육진흥과장이었음)은 소속을 알 수 없는 30여 명의 사람과 지난 2월 있었던 193차 임시회 업무로 수영장을 방문한 복지산업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는 시민들 앞에 나서 "시의원들은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다. 시의원들이 본다고 뭘 아나" 등 막말을 쏟아 냈다고 한다. 이상은 약 3개월 동안 진주지역에서 예산삭감과 관련해 일어나는 일들을 필자가 보고 들은 대로 열거했다.

진주시의회 의원들이 안쓰럽다. 지방자치법이 의원들에게 어떤 권한을 주었든지 상관없이 시가 심의를 올린 예산이면 모두 승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 고쳐지지 않아도, 의원이 보기에 불합리한 예산일지라도 진주시 집행부가 심의를 올린 예산이니 한 1~2억쯤 생색내기로 깎고 그냥 예산을 승인했어야 했나 보다.

진주지역의 일부 법정단체도, 관변단체도, 수탁자도 시의원들에게는 막말을 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나 보다. 그러니 이창희 시장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에게 "자슥이 까불고 있어, 니나 잘해" 등의 막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공무원들은 예산심의를 진행 중인 회의장에 난입해 회의를 방해하면서까지 시의원에게 "니가 그렇게 잘 났어, 밤길 조심해"라고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니 집행부를 견제하라고 법률로 지위가 부여된 시의회의 적법한 예산삭감을 두고 진주시는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나 보다. 그러니 시민들이 뽑아서 그 대표로 세운 것이든 말든 진주시는 시의원이 거수기나 했으면 하나보다.

하지만, 진주시장과 진주시 공무원들은 모르고 있다. 시민들은 집행부가 올린 예산이면 모두 승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한 의회가 아니라, 의원 한 명 한 명이 주어진 권한대로 집행부를 견제하고 제 역할에는 목소리를 내어주길 바란다. 그것이 의회와 집행부를 대등한 관계로 두는 분권의 지방자치 제도임을 시민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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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예산 논쟁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하나하나 따져보고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집행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지방자치법이 정한 균형을 무너트렸다 생각되면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광장으로 나와서라도 그 잘못됨을 바로잡고자 할 것이다. 이것이 형평운동, 임진·계사 순의, 농민운동의 시발지인 진주에 남아 있는 정신이다. 이것이 지자체의 도움 하나 받지 않고도 보란 듯이 '일본군 위안부 기림상'을 세울 수 있었던 진주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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