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IT는 모든 산업의 기반에서 작동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그걸 알고 있는지, 아니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IT홀대론'을 의식해서인지 IT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그 지원책이라는 것이 '붕어빵식'으로 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혹은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하에 3~4년 동안 정부가 돈을 퍼주면서 산업을 육성하고 키우겠다는 것에 무게가 기울어져 있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IT인력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나와 있다. 포화상태일뿐더러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시스템에 철저하게 종속돼 있다. 우수한 인력이 밤샘하는 것은 일상이고, 자살하거나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IT인력은 넘치기 때문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학원 같은 곳에서 국비지원 IT인력을 대거 양성하거나 청년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말단 하도급 업체가 대량으로 생기도록 정부가 부추긴다면 갑을병정이 아니라 5~6단계 하도급 체제가 생겨서 더욱 인력을 혹사시키며 IT인재들은 더욱 이 나라를 탈출하려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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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A라는 산업이 뜰 것이다'라고 언론에서 떠들고 정치권과 관료들이 그걸 받아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지원을 한다고 하자. 예산안 만들고 심의 받고 집행하는 데만 최소 2년이다. 그 사이 이미 A라는 산업은 망하거나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 있을 것이다. 대학이나 산업현장에서 정부 지원금 집행 소식만 기다리며 하세월일 것이다. 현재 정부시스템 상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한다. 차라리 산업기금을 마련하고 필요한 곳에 재빨리 지원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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