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얘기 담긴 '첼로 협주곡'
윤이상 상징성·정체성 살리고
지휘자 등 독자적 해석 곁들여

지난달 31일, 2017 통영국제음악제 서막이 올랐다. 이날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개막공연이 열렸다.

'첼로 협주곡'이 시작을 알렸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 그가 1975년과 1976년에 걸쳐 탄생시킨 음악이다.

윤이상은 '동백림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죽음을 기다리던 그때의 경험을 담아낸 곡이다.

그는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첼로를 제외했다. 첼로는 혼자 등장한다. 윤이상은 첼로에 '자서전적 과정'을 부여했다.

첼로 솔로 부분은 오케스트라로 대변하는 '세계'와 협연, 윤이상 삶을 표현한다. 이날 공연에서 첼로는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가 맡았다.

작품은 크게 세 단락 구성이다. 협연과 첼로 독주가 반복된다.

마지막 단락에서 첼로는 '라(A)' 음을 향해 달린다. 힘겹게 '솔'에서 '솔#', 다시 4분의 1 음 더 올린다. 하지만 '라' 음은 끝내 오보에가 낸다.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대립과 갈등, 그 속에서 외롭게 싸울 첼로가 궁금해졌다.

첼리스트 니콜라스 알트슈태트는 특별했다. 그는 등장부터 의기양양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연주는 호기로웠다. 발을 구르는 역동적인 모습은 또한 자유로웠다.

이날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은 '대립'보다는 '보완'에 가까웠다. 첼로는 연주가 끝나는 순간까지 힘이 넘쳤고,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그런 첼로를 끌어안았다.

첼로 협주곡은 처음 윤이상이 음악 외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지휘자 슈테펀 숄테스와 연주자가 재해석한 곡은 흥미로웠다.

다음날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이 윤이상을 연주했다.

'클라리넷, 바순, 호른을 위한 트리오'는 음악 외적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곡이다. 대신 이날 연주는 심상을 드러냈다.

상승, 교류하는 세 악기 선율이 음양의 조화를 그려냈다. 그림에 비유하면, 점·선·면·색채라는 순수조형 요소로 구성한 추상화에 가까웠다.

지난달 31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이 있었다. 윤이상 첼로 협주곡 연주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어진 곡 '낙양'에서 모든 악기는 불규칙한 개별 음을 냈다. 각 음은 다시 하나로 모여 규칙성을 보였다. '정중동'의 선율이 이루는 그로테스크한 곡 분위기는 꿈처럼 들렸다.

이번 음악제는 윤이상이라는 상징성과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해석을 뽐냈다.

음악가들은 윤이상 특유의 색을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특색을 잃지 않았다.

난도 높은 윤이상 곡을 쉽게 풀어낸 음악가들 덕분에 관객으로서도 난해한 윤이상 곡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윤이상은 "전형적인 동양인이 아니며, 그렇다고 유럽화된 사람도 아니다. 두 문화권 모두의 영향을 받았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그의 자전적 설명처럼 이번 공연에서 윤이상 음악은 모든 경계를 허물었다. 어느 나라, 누구 음악이 아니라 우주 모두를 하나로 모았다.

세계적 명성을 확인한 음악제의 시작이었다. 또한, 음악제 어느 곳에도 '블랙리스트'라는 정치적 잣대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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